[이인숙의3A.M.] 리액션 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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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단단히 잘못했다면 일단 잘 사과해야 한다.
세상에 무조건 나만 잘못한 일도 드물고 그렇다고 인정해 버린다고 해서 원만히 넘어가지도 않는다.
도리어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잘못했다고 했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른다.
이승기가 리액션만 거듭했다면 '정산금 계산이 어떻게 잘못됐다', '얼마를 더 달라'며 계속 사실을 다투는 일에 몰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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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각도·틀 바꾸는 적극적 액션 고민
이런 문제의 한복판에 섰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수동적 리액션만 반복하면 논란의 굴레에 갇혀 소모될 공산이 크다. 문제의 각도와 틀을 바꾸는 적극적 액션을 고민해 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대중들은 가수 이승기가 데뷔 후 18년 동안 음원 정산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곧 이승기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온갖 폭로와 공방이 오갔다. 약 한 달여 만에 소속사는 그간 미지급한 음원정산금 54억원을 이승기에게 일괄 송금하면서 사건을 종료시키고자 했다. 직후 이승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후크가 약 50억원을 줬지만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계속 다투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승기는 전혀 다른 액션을 보였다. 미정산금이 얼마든 모두 기부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론상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미정산금 논쟁 밖으로 빨리 나와 버렸다. 후크와 싸움을 시작하면서 받은 돈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겠다고 결심했다는 명분을 남긴 채.
이승기가 리액션만 거듭했다면 ‘정산금 계산이 어떻게 잘못됐다’, ‘얼마를 더 달라’며 계속 사실을 다투는 일에 몰두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글에서 밝혔듯, 누구에게 잘못이 있든 갈등을 오래 지켜보는 대중의 피로감을 이승기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법정 싸움과 여론 싸움을 잘 구분할 줄 알았다.
이후 국면의 초점은 이승기의 미정산금에서 기부금으로 확 전환되었다. 실제 직후 이승기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 20억원을, 2023년 1월 대한적십자사에 5억5000만원을, 지난 2월에는 카이스트에 3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최근에도 여러 새로운 구설에 휘말려 있지만 당시 대응은 위기 국면을 훌륭하게 전환한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최근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 가수 싸이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여름 흠뻑쇼 투어 중 싸이는 지난 7월 여수 콘서트 후 “관객도, 스태프도, 게스트도, 날씨도 모든 게 완벽했다”고 적었다가 비난을 받았다. 공연 당일 폭우로 청주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는 말실수를 만회해 보려 구구절절 해명하는 대신 실수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다른 액션을 취했다. 바로 해당 글을 삭제하고 이틀 뒤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수해 이웃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심각한 사과는 없었지만 논란은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호그와트의 현자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말이죠. 아름답고 또 끔찍한 것이죠. 그래서 매우 조심해서 다뤄야 해요.” 진실 찾기가 어려운 시간에는 진실 밖으로 빨리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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