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업사이클링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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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장돌뱅이 도지사를 자임해 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온 대통령 별장의 객실과 잔디정원도 이제는 대통령처럼 잠도 자고 야외식사를 할 수 있게 고쳤다.
수확되지 못해 밭에 버려질 멀쩡한 배추를 건사해 '못난이 김치'라는 브랜드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도, 더 이상 어린이가 없어 문 닫은 채 스러져가던 폐교를 깔끔한 문화공간으로 다듬어 방문객 웃음소리로 채우는 일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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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장돌뱅이 도지사를 자임해 왔다. 지난해 동경에서 열린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 대회에서는 “충청북도를 팔러 왔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이렇게 선언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도지사가 되겠다”고.
타고난 천성 탓일까?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이 내 눈에는 그냥 허투루 다가오지 않는 것이 말이다.
축제 때면 부족한 주차공간(665대) 탓에 14km 밖 문의마을에 차를 두고 셔틀버스로 오가야 했던 대청호반의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그랬다. 내 눈엔 안팎으로 차 세울 공간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찾아내 주차선을 그었더니 무려 639대를 더 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총 1304대의 주차시설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336대의 주차공간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온 대통령 별장의 객실과 잔디정원도 이제는 대통령처럼 잠도 자고 야외식사를 할 수 있게 고쳤다. 이 모두가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자원재활용’에서 온 것이다.
수확되지 못해 밭에 버려질 멀쩡한 배추를 건사해 ‘못난이 김치’라는 브랜드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도, 더 이상 어린이가 없어 문 닫은 채 스러져가던 폐교를 깔끔한 문화공간으로 다듬어 방문객 웃음소리로 채우는 일이 그러하다.
지금 충북도에만 이렇게 버려진 공공건축물이 360개가 넘는다. 나는 그걸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문화교육 공간으로 개조하려 한다.
그 첫 현장은 700실 중 400실이 공실로 남을 충북도립대학 기숙사이다. 충무시설(전시 대비 계획의 실효성 검증과 시행 절차 숙달을 위한 훈련시설) 이전으로 용도가 사라질 도청 뒤편 야산의 벙커도 개조할 참이다. 내후년 도의회 신청사가 완공되면 1937년 지어진 본관을 도립미술관이나 어린이도서관으로 도민께 드리려고 한다.
개방된 후 20여년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방치했던 청남대 앞 큰 섬과 작은 섬도 업사이클링을 통해 활용가치를 높일 것이다. 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충북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결정들은 공론화하여 신중하게 내리겠다.
어떤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버려진 공간, 용도 폐기된 자산을 새롭게 해석해 가치를 부여하는 게 내 일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자원재활용 도지사가 돼 충북 전역을 누비겠다. 남 탓하지 않고, 예산 타령하지 않고 그러면서 동시다발에 전광석화로 충북도를 살기 좋게 바꾸는 데 진력할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우리 도의 전략이자 비장의 무기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업사이클링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닌지 해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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