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5000만건 언제 다 검증?”…칼 빼든 EU, 콧방귀 낀 머스크

EU 집행위, 머스크·저커버그에 각각 경고 서한
X 보안팀 “계정 수백개 삭제 등 전사적 대응 중”
옛 동영상에 비디오 게임 장면까지 재활용 활개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X (옛 트위터)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SNS가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유럽연합(EU) 등 규제당국이 칼을 빼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전쟁 관련 게시글·영상 등이 하루평균 수천만건을 가뿐히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면서 플랫폼사들도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X 보안팀은 자체 계정에 공개한 게시글을 통해 “지난 주말에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초점을 맞춘 게시물이 전 세계에서 5000만건을 넘어섰다”며 “노골적인 폭력이나 증오 표현이 드러난 게시물 수 만건에 대한 조치를 취했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던 수백 개의 계정을 삭제했지만 전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고 밝혔다.

X 보안팀은 아울러 콘텐츠 관련 정책을 개선해 테러리스트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유엔 산하 테러리즘 대응을 위한 국제 인터넷 포럼(GIFCT)과 협력을 통해 플랫폼에서 안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대변인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메타는 히브리어·아랍어에 유창한 전문가를 포함한 특수 운영센터를 설립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했다”며 “중동 내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주요 SNS 플랫폼 기업들이 가짜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이유는 각국 정부가 일론머스크 엑스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을 정조준한 제재 조치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다. 티에리 브레튼 EU 내수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11일(현지시간) 저커버그 CEO에게 서한을 보내 “24시간 내로 메타의 SNS 플랫폼에서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취하고 있는 구체적 조치에 대해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특정 플랫폼들’에서 유해하거나 불법 콘텐츠, 거짓 정보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튼 위원은 또 최근 선거를 앞둔 슬로바키아 메타 플랫폼에서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게시물을 보고받았다며 폴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루마니아 등지에서도 다가올 선거 이전에 메타가 딥페이크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세부 정보를 공유하라고 요청했다.

브레튼 위원은 앞서 지난 10일 머스크 CEO에게도 24시간 내 응답 요구를 담은 경고 서한을 보내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머스크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가짜뉴스를 비롯해 폭력적이고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콘텐츠를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데 X가 사용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면서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콘텐츠 규제에 관해 아주 분명히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하마스 관련 콘텐츠는 테러리스트 콘텐츠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게시하는 것은 불법이며 디지털서비스법과 온라인 테러리스트 콘텐츠(TCO) 규정에 따라 삭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EU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