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유대인 지도자들 만나 중동에 핵항모전단 보낸 것 언급
백악관, 이스라엘과 우크라 지원 연계한 예산 승인 요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지목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이스라엘 인근에 핵항모전단과 전투기를 보낸 것을 언급하며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핵항모 제럴드포드호 전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한 것이 하마스나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을 향한 경고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테러를 “유대인에게 홀로코스트 이래 가장 끔찍한 날이자 인간 역사에서 최악의 순간 중 하나”라고도 규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로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이스라엘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약속하고 미국인 실종자 수색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일어난 초기부터 헤즈볼라나 이란 등 ‘적대 세력’이 혼란을 틈타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다만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대한 이란 개입설에는 아직 증거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이란 정부 핵심 인사들이 하마스의 공격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미 정보 당국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이란 정부가 하마스의 공격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초기 판단을 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CNN에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거나 계획에 관여 또는 자원을 제공하거나 작전을 지휘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이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최근 동결 해제한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를 재동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 지원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하나로 연계해 의회에 예산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을 놓고 의회와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공화당의 반대로 내년도 임시예산안에서 전액 제외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의회 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 지원과 ‘패키지’로 묶어 확보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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