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판매·헌금, 정치권 유착 물의…일본 정부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

박용하 기자 2023. 10. 12. 21: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베 피격’ 계기 문제 노출
통일교 “해산 사유 안 돼”
트럼프에 33억 건넨 정황도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상은 이날 종교인과 법학자 등이 참가한 종교법인심의회 뒤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회가 만장일치로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를 양해했다”며 “13일 이후 준비가 되는 대로 (해산명령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은 앞서 심의회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문화청은 심의회에 자문한 ‘보고징수·질문권’ 행사와 170명이 넘는 피해자 등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정밀 검토해왔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종교법인법에 바탕을 둔 해산명령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심의회 위원들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13일 도쿄지방재판소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다. 법원은 문부과학성과 가정연합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해산명령을 내릴지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산명령이 확정되면 교단은 종교법인격을 잃어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일본 내 가정연합의 문제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면서 드러났다. 특정 물건을 사면 악령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며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행위(영감상법), 고액의 헌금, 정계와의 유착 등이 논란이 됐다.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이 문제가 되자 지난해 11월부터 종교법인법상 질문권을 행사해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질문권을 활용해 종교단체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분석한 결과, 해산명령 청구 요건인 조직성과 악질성, 계속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갖춰진 것으로 판단했다.

가정연합 측은 교단 활동이 해산명령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해산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가정연합이 2021~2022년 3차례의 영상 메시지 출연을 명목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총 250만달러(약 33억5000억원)를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낸 행사는 가정연합 관련 단체인 UPF가 한국 등에서 개최한 ‘월드 서밋 2022’ 등이었다. UPF는 가정연합을 세운 고 문선명씨와 그의 아내인 한학자 현 총재가 2005년 설립한 교단 우호단체로, 미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한 총재 등을 향해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엄청난 공헌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사쿠라이 요시히데 홋카이도대 교수는 “한씨나 문씨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위대한 인물이라고 신자에게 상기시키고, 포교나 선전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가정연합 관련 단체가 미국 내 정치인에게도 상당한 금전을 지급한 것을 보여주는 공문서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일본 내에서는 가정연합의 주된 수입원이 신자의 헌금인 만큼 이들로부터 얻어낸 돈이 해외 정치인에게까지 흘러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