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지도자, 국교정상화 후 첫 통화… 아랍권 ‘반이스라엘’ 단일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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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국가들이 '반(反)이스라엘' 기조로 뭉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랜 앙숙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지도자들은 국교정상화 합의 7개월 만에 성사된 첫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전쟁 범죄를 끝낼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올해 3월 중국 중재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공식 대화로, 논의 주제는 역시 최근 중동을 격랑에 빠뜨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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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수니 계파 막론... 아랍권 '팔레스타인 지지'
아랍연맹도 "분쟁 지속은 이스라엘 책임" 비판
아랍권 국가들이 ‘반(反)이스라엘’ 기조로 뭉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랜 앙숙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지도자들은 국교정상화 합의 7개월 만에 성사된 첫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전쟁 범죄를 끝낼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랍권 22개국 협의체인 아랍연맹도 긴급회의를 거쳐 사실상 이스라엘 비판에 무게중심을 둔 결의안을 채택했다.
외교 정상화 후 첫 통화..."팔레스타인 지지" 뜻 모아
11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날 4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올해 3월 중국 중재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공식 대화로, 논의 주제는 역시 최근 중동을 격랑에 빠뜨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사태였다.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 격인 사우디와 이란은 2016년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을 계기로 국교를 단절했었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종식시켜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가자지구의 끔찍한 참상과 민간인에게 미칠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비판했다고 SPA통신은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이슬람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감싼 아랍권... "이스라엘 책임"
전쟁 발발 닷새 만에 해법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아랍권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근본적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우디·팔레스타인 등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의 22개국 외무장관들은 1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긴급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점령국으로서의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고,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협상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아랍권 움직임의 지배적인 기조는 ‘하마스 지지’가 아니라, ‘반(反)이스라엘’로 해석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랍연맹 결의안에선 하마스를 언급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팔레스타인인의 유일한 합법적인 대표자로 봤다”고 짚었다. 민간인 학살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모두 규탄했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악화는 ‘이스라엘의 책임’이라는 걸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개회식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정착촌 건설 확대 정책이 두 나라의 화해를 불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아랍권 국가들의 ‘단결’이 실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와 이란의 경우 아직 앙금을 완전히 풀었다고 보긴 힘들고, 미국과의 관계도 정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의견 충돌을 빚을 소지가 있다. 아랍연맹도 이스라엘과 관련해 각 회원국들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계속 일치된 목소리를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중동 정세가 점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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