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이재명 총선 체제…민심의 요구는 ‘탄탄한 혁신’
보선 승리로 리더십 위기 돌파…내홍 봉합·정책 야당 숙제
민주당 여전히 낮은 지지율에 오판 경계 “도취 땐 민심 철퇴”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는 더 단단해졌다. 체포동의안 가결 후 구속영장 기각으로 공고화된 이 대표 체제가 보궐선거 압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이 대표 체제는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6개월 임기가 보장된 보증수표를 받게 됐다. 당 통합과 쇄신, 공천 잡음 최소화 등이 과제다.
이 대표는 진교훈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11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적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작동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흔들리던 입지를 보궐선거 승리로 굳건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꾸준히 약화돼왔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이탈표가 나왔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선 비이재명(비명)계인 박광온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지난달 21일 2차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상황이 반전됐고, 보궐선거까지 승리하면서 이 대표 체제는 강해졌다. 친명계 한 의원은 “단식을 거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다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상황을 국민은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느꼈다”며 “이런 과정이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6개월간은 이 대표 체제를 흔들 만한 대형 변수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다. 앞으로 선거가 없다. 현재로선 재판 중이거나 기소 예정인 사건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총선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명계 한 인사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이제 확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엔 내부 갈등을 얼마나 줄여가느냐가 최대 과제로 남았다. 2차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친명·비명계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은 상태다. 친명계 일부 의원과 강성 지지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비명계는 친명계의 행태가 비민주적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런 상황을 이 대표가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걸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입장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적었다. 넓은 의미의 통합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징계 여부에 대해서 직접 거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이 다시 제2의 대선 성격인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결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내년 총선까지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쟁점이 되면서 정책 논쟁은 사라지게 되는 게 가장 문제”라며 “내년 총선에서도 이재명 대표든 윤석열 대통령이든 둘 중에 한 명이 승리자가 된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승리로 혁신의 기회를 잃게 되면 이번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을 오판해 변화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론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지는 않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우리가 도취해서 ‘이재명 체제로 이겼어’ ‘이 상태로 내년 총선에서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했다.
박순봉·탁지영 기자 gabgu@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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