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해외 연수 경험을 ‘공공재’로 ‘청년 사다리’ 만들다 [지방기획]

오상도 2023. 10. 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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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앞서 가는 청년정책
道, 2023년 첫 193명 해외 대학 연수 지원
美·호주·中서 각자 꿈을 찾는 시간 가져
사회 격차 해소·진로 개척 기회 등 제공
2024년 참여 인원·연수 대학 확대할 예정
국내서 3~4개월 원하는 프로젝트 진행
600명이 원하는 경험 쌓는 인턴십 마련
미취업청년 1인당 年 최대 30만원 지원
어학·자격증 시험 응시료 마련도 해줘
지난여름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를 방문한 정은우(23)씨의 장래희망은 정신전문간호사다. 현실의 벽에 막혔던 때에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간호학 박사과정을 밟던 한인 학생과 미국인 의대생은 진로 탐색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지 대학병원 간호사로부터 미국과 한국의 간호 환경 차이와 정신건강 실태 등을 배우며 꿈을 다졌다. 정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꾸는 꿈을 향한 길이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대를 찾았던 정영록(28)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준비하다 포기한 뒤 적성에 맞지 않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던 자신을 돌아봤다. 도돌이표를 맴돌던 삶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은 정씨는 귀국 직후 퇴사해 도전에 나선 상태다. 정씨와 함께 이곳에 보름 남짓 머물던 장지호(23)씨 역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장씨는 양육 시설을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자립준비 청년이다.
◆청년 사다리·갭이어·역량강화

지난달 16일 경기 수원시 광교청사에서 열린 ‘경기 청년 사다리 1기 성(장)·공(감)·담(화)’의 분위기는 이처럼 뜨거웠다.

이른바 ‘청년 사다리즈’로 불린 193명이 모여 올해 도가 처음 도입한 ‘경기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프로그램은 ‘더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한 민선 8기 경기도의 대표 청년정책이다. 값비싼 해외 대학 연수 경험을 공공재로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경제부총리와 아주대 총장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직접 설계해 사회 격차 해소와 다양한 진로 개척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가 총장 시절 도입한 ‘애프터 유’, 부총리 때 제안한 ‘파란 사다리’가 토대가 됐고, 올 2월 주한 호주대사 접견과 4월 미국 출장 등을 거쳐 구체화했다.

덕분에 청년 사다리즈는 미국·호주·중국의 5개 대학으로 나가 꿈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7월 3∼28일) 47명 △워싱턴대(7월 10∼28일) 39명 △미시간대(7월10일∼8월4일) 30명 △호주 시드니대(7월 10∼28일) 30명 △중국 푸단대(7월31일∼8월25일) 47명이 파견됐다. 영어권 4개 대학의 경우 150명 모집에 4682명이 신청해 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드니대는 한인학생회와 협업해 도내 청년들의 현지 문화 체험과 가치관 정립에 도움을 줬다. 한정태 호주 라이드시 시의원은 강연회에서 “한국도 다문화 국가로 거듭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지 멘토로 참여한 시드니대 재학생 켈빈 김씨는 “면접을 거쳐 선출된 참가자들의 열정이 넘쳐 오히려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유영주 미시간대 한국학센터장도 “사다리는 과거 세습을 깨고 개인마다 기회를 주고 주체적 삶을 살도록 한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화두와 맞닿은 은유적 표현”이라며 “청년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청년들은 ‘사다리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현지 연수 과정에서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간 활동과 성장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지사는 “사다리 프로그램이 자신의 틀을 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경기도정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도는 올해 청년 사다리 사업 성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참여 인원과 연수 대학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행사 말미에 청년 해외기업 연수와 청년봉사단 파견이라는 새로운 계획도 소개했다. 청년에게 해외기업 체험을 제공하는 ‘청년 해외 취·창업 기회 확충 사업’을 다음 달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공모에선 100명 모집에 388명이 신청, 4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선발된 만 19∼34세의 도내 청년들은 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대만·인도·우즈베키스탄의 7개국 9개 도시, 36개 기업에 파견된다. 4주간 현장체험 외에 실무언어 교육, 일대일 멘토링, 무역마케팅 실습 등을 받게 된다. 참여자에게는 숙식비, 항공비 등 1인당 850만원이 지원된다.

도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 다문화가정 청년, 창업 후 휴·폐업 이력이 있는 청년 등을 우대 선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는 민선 8기 대표 청년 정책사업으로 청년 사다리와 함께 ‘청년 갭이어(gap-year)’, ‘청년 역량 강화 기회 지원’의 3대 기회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매치업 등 ‘청년정책’ 풍성

청년 갭이어는 청년들이 국내에서 3∼4개월간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꿈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600명이 참여해 3주간의 탐색·발견 과정을 거쳐 다시 12주간 디자인·영화·드라마·음악·환경·생태·정보기술 등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부터 1기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8월에는 2기가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경기 청년 역량 강화 기회 지원은 미취업 청년 1인당 연간 최대 30만원까지 어학·자격증 등의 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차별 없는 취업 준비를 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다음 달 30일까지 하반기 대상자를 모집하는 이 사업은 도내에 주소를 둔 청년에게 토익 등 어학 19종, 국가기술자격 544종, 국가공인 민간자격 95종의 응시료를 실비로 제공한다.

도는 3대 기회 패키지 외에 우수 중소기업과 청년을 짝짓는 ‘청년 일자리 매치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구직자가 연결(매칭)된 기업에서 3개월간 근무하면 기업별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 분야에선 최근 80여명 규모의 경기청년예술기획단이 출범해 청년예술페스티벌을 기획·제작하는 등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청년 예술인 등의 권익 향상과 기회 증진을 위한 예술인 기회소득은 올해 처음 도입됐고, 청년 공감 토론도 도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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