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폭발” 트윗에 증시 189조 증발…가짜뉴스의 ‘진짜 테러’
“사우디 美에 무기 안 팔겠다”
가짜뉴스 한번에 주가 5% 폭락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페이지뷰 83%↑
부정적 가짜뉴스는 일주일간 영향력 행사해
◆ 통제불능 딥페이크 ◆
#2. 한 해커 집단은 지난 2013년 5월 23일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뒤 “백악관에서 2차례 폭발이 있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쳤다”는 가짜뉴스를 트윗했다. 이 여파로 당일 미국 S&P500 지수 시가총액이 1400억달러(약 189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해커 단체는 곧 자신을 ‘시리아 전자군(SEA)’이라고 소개하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미국의 반군 지지를 비판했다.
가짜뉴스가 자유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진실을 위협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왜곡된 허위정보가 기승을 부리면서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시장 질서마저 뒤흔들고 있다. 더구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악용한 ‘딥페이크(deepfake)’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올린 것으로 조작된 “인권 침해에 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미국에는 모든 무기를 팔지 않겠다”이라는 트윗이 지난해 11월 큰 논란거리가 됐다. 트윗은 가짜 계정을 통한 가짜 뉴스였지만 해당 트윗 한번에 주가는 5.48% 급락했다.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이유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MIT 경영대학원의 시몬 코간 교수는 ‘가짜뉴스, 투자자 주의, 시장 반응’이라는 논문을 통해 “가짜 뉴스 기사는 진짜 기사 보다 페이지 뷰가 83.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아르쿠리 교수는 “부정적인 가짜뉴스는 일주일 동안 영향을 주는 데 반해, 긍정적이고 중립적인 일반 뉴스는 만 하루 동안 증시에 영향을 줬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다”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갈수록 교묘해 지는 것 역시 문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오세욱·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이 1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국민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진짜 뉴스와 진짜 뉴스의 내용을 판별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이들은 진짜 뉴스 문장 2개와 가짜 뉴스 문장 4개를 보여줬는데 이를 100% 맞추는 이는 단 1.8%에 불과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내용만을 제시했을 경우에는 진짜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기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는 일반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정보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만큼 트윗 등을 통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진짜 일반 뉴스와 영향력이 동일하다는 평가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시장을 예측하고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이스라엘 하마스간 전쟁에서는 수많은 가짜뉴스들이 튀어나와 자본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크다.
허위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사이아브라(Cyabra)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퍼다 나르는 소셜미디어 계정 5개 중 1개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아브라는 약 3만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이 하마스에 대한 우호적인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AI를 통해 가짜뉴스를 적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캐나다의 사이먼프레이저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웹페이지(fakenews.research.sfu.ca)에 접속해 뉴스 내용을 입력하면 진위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매번 뉴스의 진위를 인공지능을 통해 판별하기는 어렵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가짜뉴스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를 기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가짜 뉴스를 보더라도 비판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대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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