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투자유치한 여행 스타트업 부대표, 단 한 번도 일이 재밌었던 적 없다는 이유 [여행人터뷰]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3. 10. 12. 20: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Q. 부대표로서 크리에이트립 플랫폼을 일구며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
한규희 크리에이트립 부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일하면서 재밌었던 순간이나 일화 한 가지만 얘기해 달라.”

“없다.”

한규희 크리에이트립 부대표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었다. 망설임 없이 “없다”라고 답했다. 일에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한 순간 만큼은 즐거웠던 추억이 있을 법한데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와 적잖이 놀랐다.

더구나 한 부대표는 여행업 종사자다. 흔히 여행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여행’이 가지는 자유로운 이미지 덕에 일도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한 부대표의 저 한 마디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트립 플랫폼 / 사진=크리에이트립 제공
그래서 한 부대표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궁금증이 좀 더 생겼다. 크리에이트립은 2016년 설립했다.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외국인 대상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라서다. 오직 외래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 상품을 소개하는 국내 기업이다 보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이름값이 높다. 더구나 최근 성장세도 뚜렷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른 여행업체처럼 지난 수년 동안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다만 크리에이트립 역시 코로나라는 역경을 헤쳐 내며 많은 변화를 맞았고, 매출 0원으로 시작해 불과 7년 만에 연 매출 약 5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아직 뒤숭숭한 여행업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내년 연 매출 목표를 두 배인 100억 원으로 세운 크리에이트립.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여행플러스는 9월말 한규희 부대표와 크리에이트립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Q. 자기소개 및 회사 소개 부탁한다.
한규희 크리에이트립 부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안녕하세요. 2018년부터 크리에이트립에 합류해 현재 부대표 겸 제품 총괄을 맡고 있는 한규희입니다. 크리에이트립은 외국인이 한국을 100%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신생 여행 회사의 부대표자리까지 차지한 한 부대표의 사회 첫 출발은 화장품 회사였다. 1년에 1~2번 정도 해외여행을 즐기는, 어쩌면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한 부대표가 개인의 성장을 고민하던 시기, 대학 동아리 친구였던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가 합류 제안을 했다. 한 부대표는 퇴근 후 다시 크리에이트립 사무실에 출근해 한 달 정도 업무 환경을 살펴보다 마음이 동해 신생 기업의 전략 이사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한 부대표는 “당시 크리에이트립에는 개발자와 실무자 사이의 조정자 역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요인은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이 뚜렷이 보였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기간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한 크리에이트립 / 사진=크리에이트립 제공
2018년 한 부대표가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생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트립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신생 기업인지라 내부 정비가 필요했던 시기에 코로나 사태가 터져 오히려 외부 요인에 영향받지 않고 서비스 제공 개선에 집중할 수 있었다.

탄탄한 서비스 정비 과정 덕분에 현재 플랫폼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만 140만 명에 달한다. 또 코로나 전에는 고작 5명이었던 직원 수가 현재는 60명으로 늘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도 올 6월 기준으로 150억 원에 달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의 성장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니다. 코로나 기간 역직구 서비스를 시작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여행 전·후 기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상품이나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상품 등을 판매한 결과 당시 월 7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역직구 상품 중에서 다이어트 식품이 가장 많이 팔리며 K-뷰티의 위상을 떨쳤다. 2·3위는 앰블러 &밸리 곰 티셔츠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멤버 호시가 착용한 코드그라피 티셔츠였다. 최근에는 숙소 예약 서비스를 출시하며 성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규희 크리에이트립 부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아무래도 신생 기업이다 보니 업무에 필요한 동력은 유지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팀원을 이끌어야 했던 입장에서 3가지 신조를 만들어 지켰습니다.

첫째는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지 말자’였습니다. 내가 잘 알아야 동료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둘째로 ‘솔선수범’이었습니다. 리더가 먼저 뛰어야 한다는 사내 분위기가 깔려 있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지막 신조는 ‘업무의 방향은 리더가 정하되, 각 동료 업무 영역에서의 결정은 그들이 할 수 있게 하자’였습니다.“

고난이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있기 마련이다. ‘크리에이트립에서 일하며 즐거웠던 상황이나 겪었던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부대표는 “없다”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그는 “일에 재미를 찾기보다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심하다 보니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단호한 대답 후 한참을 고민하던 한 부대표는 “올해 일본 사용자를 위해 익명 문답 기능을 출시했는데 다른 국가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다”고 말을 이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어느 나라에서건 외래 관광객은 정보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데 국내에 이를 도와줄 플랫폼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포화상태에 가까운 한국인 대상 여행 플랫폼에서 눈을 돌려 외국인 대상 여행 플랫폼을 구상했다. 크리에이트립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이라는 차려놓은 밥상을 외국인이 고루 맛볼 수 있게 도와준다’는 목표를 가지고 첫발을 내디뎠다.

크리에이트립이 대상 고객을 외국인에게 한정하고 있는 만큼 현재 한국의 최신 인기 관광 상품을 알 수 있었다.

Q. 외래 관광객들 사이에서 많이 팔린 상품은 무엇인가.
경복궁 / 사진=flickr
“최근 가장 잘 팔린 상품은 경복궁 주변 한복 대여입니다. 2위는 유심이나 휴대폰에 내장한 심(SIM) 카드를 이용해 하나의 휴대폰에서 두 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eSIM 등 통신 상품이었습니다. 3위는 인천공항과 서울을 오고 가는 이동 교통편으로 서울 선호도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4위는 홍대 주변 미용실 예약이었고 5위는 식당 예약 서비스 상품이었습니다.”
Q. 최근 외래 관광객에게 반응이 좋은 크리에이트립 여행 상품에는 어떤 게 있나.
(좌) 시현하다 (우) 순시키 헤어
“요새 한국 여행 트랜드는 ‘한국인처럼 소비하기’입니다. SNS가 발달하며 무엇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

이에 크리에이트립은 한국에서도 줄서서 가는 명소와 제휴를 맺어 현지화한 여행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사진관 ‘시현하다’, 사람 얼굴에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주는 ‘퍼스널컬러 업체’, 홍대 인기 미용실 ‘순시키 헤어’, 대게 무한리필 식당 등 상품의 반응이 특히 좋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크리에이트립은 주력 국가인 대만을 비롯해 일본·태국·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 발을 넓혔다. 특히 대만 시장에서 크리에이트립은 한국 여행 필수 앱으로 여겨지는데 다른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이 자리 잡기 전에 발 빠르게 진출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본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플랫폼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크리에이트립 사무실 / 사진=크리에이트립
크리에이트립은 외래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콘텐츠’를 꼽는다. 직원의 대다수가 외국인인 특성을 살려 각 나라에서 흥미로워하는 한국 문화 정보를 담은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Q. 국가별로 반응이 좋은 글이 다른가.
한규희 크리에이트립 부대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다릅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인천공항과 서울 교통편을 소개하는 글이 인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세금 환급법이었습니다. K팝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에서는 한국 인기 콘서트 표 구하는 방법을 안내한 글과 생일에 맞춰 재미로 한국어 이름을 만들 수 있는 게시글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서양권 이용자는 한국어 이름 만들기와 한국 계절별 옷차림 게시글을 많이 봤습니다. 태국에서는 K-ETA(전자여행허가)를 활용한 한국 입국 방식과 한국에서 꽃말의 의미를 궁금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는 현지화한 콘텐츠인 ‘베트남 패션에 대한 한국 사람의 인식’과 한국 명절 연휴 시 여행 정보 글의 조회 수가 높았습니다.“

크리에이트립이 게재한 한국 관광 정보 콘텐츠 / 사진=크리에이트립
크리에이트립의 여행 상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업의 강점은 ‘현지화’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 플랫폼 대부분은 본사가 해외에 있다. 이와 달리 본사가 한국에 있는 기업의 특성상 현지 유행을 빠르게 파악해 공격적으로 여행 상품을 변화하고 운영할 수 있다.

한 부대표는 “한국 관광의 수요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며 여행업계의 밝은 전망을 예상했다.

또 그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만큼 가치 있는 회사라는 것을 수치로 검증해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며 “여행 상품 활성화 방안에 집중하며 다음 단계에만 집중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