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수출로 뻗어나간 K원전…유럽 신규원전 '수주 잭폿'도 기대

이슬기 2023. 10. 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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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천억원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 성큼…세계 177기 계속운전 시장 교두보
UAE·이집트 이어 유럽 신규원전 수출 발판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에서 국제 컨소시엄을 통한 2조5천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설비 개선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수주에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이 없었던 'K-원전'이 신규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계속 운전 원전의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한수원은 루마니아와는 지난 6월 말 2천600억원 규모의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수주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후 3개월여 만에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체결했다. 발주사인 SNN이 구체적인 사업 조건을 협의한 뒤 한수원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만큼 수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집트 엘다바 원전에 이어 루마니아를 포함한 폴란드, 체코, 튀르키예 등 유럽 시장에서 본격적인 신규 원전 수출이 성사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전 세계 계속운전 원전 177기…리모델링 시장 본격 진출하나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약 40%에 달하는 177기가 계속 운전 중이다. '계속 운전 원전'은 최초 운영 허가기간이 끝난 뒤에도 안전성 검증을 거친 뒤 추가로 가동되는 원전을 뜻한다.

노후 원전을 신규 원전 수준으로 정비해 계속 운전하려면 개보수, 운영·정비, 핵연료 등과 관련한 원전 설비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하지만 주요 원전 공급국들은 과거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원전 설비 제조 능력이 약화한 상황이다. 반면 지난 50년 동안 총 34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원전 설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우리나라로선 기회 요인인 셈이다.

이를 고려해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설비 수출을 목표로 지난 7월 루마니아 등에 민관 합동 원전협력단을 파견한 바 있다. 결국 한수원의 컨소시엄 구성 협약 체결로 이어졌다.

한수원이 총 2조5천억원의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약 1조원 안팎(40%)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한수원과 한국의 원전 산업계가 대규모 설비 개선 시장에서도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체르나보다 원전은 캐나다가 개발한 중수로지만, 설비 개선에 한수원이 참여한 것은 국내에서의 원전 운영 경험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수원은 월성1호기 압력관 교체에서 해외 원전국에 비해 우수한 경쟁력을 보였다.

한수원은 압력관, 터빈·발전기 구성품, 제어용 전산기 교체 등의 월성1호기 설비 개선을 27개월 만에 끝냈지만, 이와 동일한 노형 원전 압력관 교체에 캐나다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46개월, 37개월이 걸렸다.

한수원,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배개선사업 공동수행 컨소시엄 협약 체결 (서울=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원자력공사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매튜 로스 캔두 에너지 부사장, 지오반바티스타 파탈라노 안살도 뉴클리어 부사장, 박인식 한국수력원자력 수출사업본부장.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UAE·이집트 다음은 유럽?…신규 원전 수출 물꼬 틀까

이번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는 루마니아를 포함한 유럽 신규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한수원은 지난 6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TRF 건설 사업을 따냈고, 지난 2021년에는 체르나보다 원전 대형 기자재 공급 사업도 수주했다.

발주사인 SNN과 수년간 쌓은 돈독한 협력 관계 및 신뢰가 이번 원전 설비 개선 사업으로 연결된 만큼 향후 루마니아 신규 원전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현재 루마니아에는 체르나보다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이슈가 걸려 있다.

SNN의 코스민 기처 사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체르나보다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해 "한수원이 나중에 참여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동유럽에서는 루마니아 외에도 폴란드, 체코 등에서 원전 수출 '잭폿'이 터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는 민영 발전사인 제팍(ZE PAK)과 함께 한수원과 협력해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 2∼4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PGE와 제팍은 지난해 10월 한수원과 협력의향서(LOI)도 체결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천200㎿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2024년까지 우선협상자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입찰 제안서를 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 중이다.

2035년까지 원전 12기를 건설할 예정인 튀르키예도 유럽 시장의 주요 공략 포인트다.

[그래픽]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개선사업 개요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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