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2.5조원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수주 근접
성사 땐 중동·아프리카 이어 유럽까지 원전 수출 확대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이 2조5천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가까이 다가섰다.
수주 확정 땐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집트 엘다바 원전에 이어 1조원이 넘는 두 번째 원전 수출이 성사된다.
또 원전 수출 대상지가 기존의 중동(UAE)과 아프리카(이집트)에 이어 유럽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수요가 커질 '원전 개보수' 영역에서 첫 대형 수출이 성사되는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수원은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 청사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함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등 3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사업 제안서 준비 등 SNN이 발주할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수주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발주사인 SNN은 구체적인 사업 조건을 협의한 뒤 한수원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NN의 적극적인 관여하에 사업 컨소시엄이 결성된 만큼 사실상 수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루마니아는 1996년 운전을 시작해 2026년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는 중수로형 원자로인 체르나보다 1호기를 전면적으로 개보수한 뒤 30년 동안 추가로 운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물색해왔다.
체르나보다 1호기의 압력관 등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통째로 들어내 새것으로 바꾸고,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등 여러 인프라 시설을 새로 짓는 등 대대적 개보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건물 뼈대만 남기고 주택을 사실상 새로 짓는 '리모델링'에 준하는 수준이다. 사업비는 확정 전 단계지만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한수원은 예상한다.
한수원은 원자로 계통 핵심인 압력관 교체를 포함한 전체 시공과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담당한다.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담당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당초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가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을 나눠 맡아 설계·시공했다. 기존 노형 유지를 위해 두 회사가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참여하지만, 전체 시공은 한수원이 새로 등장해 가져가는 셈이다.
한수원은 예상 사업비 중 약 40%에 해당하는 약 1조원이 자사 몫으로 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체르나보다 1호기는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월성 2·3·4호기와 같은 캔두-6(700MW) 노형이다.
한수원은 2009년에 지금은 폐쇄된 월성 1호기의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설비 개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이번 컨소시엄 참여의 기반이 됐다고 자평했다. 중수로형 원전의 압력관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곳으로 경수로형 원전의 원자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원자로 계통 및 터빈·발전기 계통 설비 개선과 기자재 공급, 인프라 시설 건설에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을 참여시킬 계획이어서 원전 산업 생태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탈원전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을 구호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 수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8월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에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을 중심으로 3조원 규모의 원전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하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에 대형 원전 수출의 물꼬를 텄다. 현재 폴란드, 체코 등으로의 추가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6월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한수원은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주사 및 컨소시엄 구성원 간 긴밀히 협력해 최종 계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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