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점, 다양한 시각에서 지적

강한들 기자 2023. 10. 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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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10월 정기회의
플랫·코끼리·간토대학살 100년 기사, 의미 있는 경향다운 콘텐츠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검증 관련, 다수의 발굴 기사들 돋보여
정치만큼 심각한 경제 위기…이해 쉽게 풀어쓴 경제기사 많아졌으면
좋은 지면 콘텐츠,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 활용하는 방안 고민을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3년 10월 정기회의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3년 10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이사),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위원이 참석했다. 조상식 위원(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의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기사로 적절한 지적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심각한 위기 조짐을 보이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보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어려운 경제 기사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향신문이 생산하는 풍부한 기사들을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인 ‘이런 경향’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은정 =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기후위기 적응 사례를 취재한 <기후위기 적응, 해외는 지금> 시리즈가 의미있는 기사였다. 단순히 잘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어떤 점을 참고해야 할지 잘 정리했다. 특히 정책 결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소통 과정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 편에서 기후 불안과 같은 무형의 재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질문을 던져줬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9월12일자 <‘신당역 사건’ 1년, 변한 게 없다>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무엇이 변했고,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잘 분석했다. 사건의 본질이 직장 내 젠더 폭력이라는 점과 스토킹 범죄를 넘어 노동자 안전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좋았다.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팀’의 콘텐츠들을 잘 보고 있다. 기존 기사를 업데이트해 재생산한 <‘무지개’ 표방했지만 남초 집단…여성이 설 자리 잃은 ‘나 혼자 산다’> <‘페미’ 낙인찍어 직원 퇴출 요구하는 유저, 받아들이는 ‘게임 회사’> 등 의미있는 콘텐츠들이 많았다. 젠더 관련 기획을 하는 팀이 별도로 있다 보니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다. 9월19일자 <‘마지막 모래강’ 내성천, 4계절 ‘녹조 지옥’ 됐다>에는 녹조가 퍼진 내성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렸는데, 지면에 흑백으로 나와 아쉬웠다.

김지원 =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문제점을 여러 기사에서 잘 다뤘다. 특히 다른 예산들은 깎으면서 경찰의 시위 차단용 ‘차벽’ 트럭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을 발굴해 보도한 9월15일자 <11년 만에 ‘차벽 트럭’ 산다는 경찰, 집회·시위 ‘공권력 강화’ 수순 밟나>가 시의적절했다. 9월15일자 <“금서(禁書) 아니라 금서(金書)네요”…홍성서 금서 읽기 대축제>는 재미있으면서도 시민사회의 역할을 잘 알려준 의미있는 기사다. 9월18일자 <법 비웃는 기술…줄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는 잊혀져 가는 의제를 환기시켜주었다. 다만 조금 더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 방지의 사각지대가 어떻게 생겨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9월19일자 <‘디지털 기술’ 들고…공교육에 사기업 진출길 열었다>는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다만 기사 끝에 교육부의 반론을 그대로 싣다 보니 앞에서 제기한 비판과 지적이 무색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인데, 반드시 반론을 실어야 한다면 중간에 넣고 기사의 마무리는 주제에 맞게 했으면 한다. 9월20일자 <불면증 약 대신 ‘앱’ 처방 받고…집에서 재활운동 하면 AI가 “낫 배드”>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기사지만 어느 회사에서 어떤 제품이 나왔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등 광고성 기사의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신지영 = 지난달 두 건의 단독기사가 눈에 띄었다. 9월26일자 <‘전세사기 피해자 특례보금자리론’ 석 달, 이용자는 고작 11명>은 전세사기 사태를 추적해 보도한 좋은 후속 기사다. 9월28일자 <‘김건희 국감’ 증인 출석 피하려고?…해외 출장 43일 늘린 국민대 이사장>도 국민대 이사장이 올해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된 상태에서 나온 시의적절한 단독기사다. <다시 읽고 싶은 긴 이야기 코끼리> 코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과거 기사를 발굴해 이야기로 만들고 아직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달하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연구·개발 예산이 크게 깎인 문제점을 지적한 여러 기사가 나왔다. 예산 삭감에 반발해 연구자들이 들고일어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아직 국회에서의 예산 심의가 남아 있어 조정이 가능하다.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기획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기사에 영어 약자들을 너무 많이 쓴다. 특히 9월14일자 <밭일은 여자들이 잘하는데…단군 이래 처음 외치는 ‘농촌 동일임금’>에서 ‘FGI(집단심층면접)’라는 표현을 계속 썼는데, 일반 독자들에게는 너무 낯선 용어다. 그냥 심층면접이라 써도 된다. 정치면 기사에 ‘친정’ ‘재가’ 등의 왕조주의적 표현이 많이 나온다. 비민주적인 표현이다.

곽경란 = 주식 파킹이나 수의계약 의혹 등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과 관련해 다수의 단독기사를 발굴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국무위원은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철학이 장관이 됐을 때 정책에 어떻게 녹아들지, 시대 흐름에 필요한지의 관점에서도 짚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9월26일자 김민아 칼럼 <한동훈, 무엇이 중한가 ‘셀럽 놀이’? 인사검증?>은 기자들이 팩트를 발굴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어떻게 보강하고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잘 정리해 주었다. 최근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해도 될 만한 사태가 발생했다. 뉴스타파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해 검찰이 강제 수사를 하고 있고, 그것을 인용했던 다른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제재를 하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중수2과장으로 있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봐줬냐 안 봐줬냐라는 것이지 커피를 누가 타줬냐가 아니다. 검찰이 들고 나온 이른바 ‘커피 프레임’이 언론의 기사들을 통해서도 재생산되고 있다. 경향신문도 당시 수사 무마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커피 프레임으로 몰아가 수사 무마 의혹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여겨지게 하고 싶은 검찰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승환 = 요즘 정치가 엉망이라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경제도 정치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위기에 대해 좀 더 다뤘으면 한다. 9월7일자 <세수 구멍 메우려 ‘급전 153조’ 돌려막기…이자만 4000억원>, 9월15일자 <1100조원 턱밑까지…국가채무, 더 늘었다> 모두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잘 보여준 기사다. 다만 해법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 이들 경제 기사의 경우 제목은 독자들의 주목을 확 끌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좀 어렵고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면이 있다. 경제 기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 써줬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9월25일자 <빌라 착공 급감…죄어오는 ‘주거 불안’>은 통계를 적절하게 분석해 논리적으로 풀어낸 적절한 경제 기사로 평가된다. 9월8일자 <공부 습관부터 오답노트까지 스스로…제주도 ‘온라인 공부방’>은 제주도가 내놓은 자기주도 학습법을 소개한 기사인데,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문제점도 지적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9월7일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의 <‘반쪽짜리’ 보고서와 ‘연금정치’ 실상> 칼럼과 9월14일자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합리적인 ‘연금정치’를 기대하며> 기고문은 연금 정책을 놓고 상반되는 주장을 담고 있다. 연금 개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다. 상반된 의견을 함께 소개해 토론을 유도하는 것은 신문이 좋은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김봉신 = 9월1일자 <간토대학살 100년…일본은 책임 회피, 한국 정부 무관심>은 역시 경향신문이라 할 만한 기사다. 간토대학살 관련 기사들은 9월2일자, 6일자 등에도 계속 나왔다. 모두 좋은 콘텐츠들이라 생각되는데 찔끔찔끔 쓰기보다는 큰 기획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사들처럼 좋은 콘텐츠들을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을 보니 5500여개의 콘텐츠가 있고 구독자는 8만여명 수준이다. 경향신문과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완전히 별개의 매체처럼 느껴진다. 경향신문이 매일매일 생산하는 좋은 기사들을 종합해 유튜브에 올리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경향신문의 입장은 상당히 좋았다고 본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을 때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도 사법 리스크와 연결해 분석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난 뒤에는 검찰의 정치수사가 역풍을 맞았다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방탄이나 사법 리스크 얘기는 쏙 들어갔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충분히 지적했어야 했다.

조상식 = 지난달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많아 오피니언 부문에서도 정치 관련 주제가 비교적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 이외 부문에서 시의성을 반영한 돋보이는 주제들이 있었다. 학계 및 과학계의 관심이 큰 연구·개발 예산 축소, 교권 침해 순직 처리,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환경 정책 비판, 역사 논쟁 등은 여론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주도했다고 판단된다. 다만 9월19일자 칼럼 <진보는 왜 교권을 외면했나, 보편적 약자의 종말>은 교권 추락 문제를 ‘정치적 범주’로 해석해 논점 이탈의 요소가 있고 사안을 단순화했다고 본다. 교권 추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서울시교육감의 진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관점을 다루는 기사가 필요하다. 9월14일 나온 <‘교권 보호 4대법안’ 일단락된 뒤 남아 있는 쟁점들은?>과 9월27일자 <교사 채용 축소…열악해진 장애인 특수교육>은 섬세한 발굴 기사로 평가할 만하다. 에듀테크 도입 문제는 사기업의 공교육 참여라는 논란이 되는 사안이기에 논평 및 분석을 위한 후속 기사가 필요하다. 교권 보호와 관련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육청 간의 정책적 대응에 차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국가 교육정책에 대한 기획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김춘식 = 9월1일자 이용욱 정치에디터의 칼럼 <냉소사회의 수면 아래>, 9월19일자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칼럼 <연구자가 느꼈던 문재인 정부의 통계>, 9월20일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의 칼럼 <‘카니발 정치’의 비극> 등을 보면 현 정부도 문제지만 이전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다른 언론 매체에서는 보기 어려운 칼럼들이다. 정치 세력은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고발이기 때문이다. 단편적 기사를 통한 지적으로는 현 정부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본다. 오히려 이런 칼럼들처럼 정치 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접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정치에 대한 냉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정당이라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른바 ‘가짜뉴스’ 단속도 문재인 정부 때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과 비슷하다. 그때는 반대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들을 보면 시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리 |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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