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 8강 진출한 우승후보 페굴라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우승후보 제시카 페굴라(미국, 세계 4위)가 2023 코리아오픈 2회전에서 1시간 2분 만에 낙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페굴라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WTA 250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단식 2회전에서 자국 후배 애슐린 크루거(미국, 세계 80위)에게 6-3 6-1로 승리했다.
페굴라는 "첫 세트 시작이 좋았다. 이후에 상대도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왔다. 다행히도 그러한 상황에서 첫세트를 이겼기 때문에 상대에게 상승세를 이어갈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두번째 세트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잘 했기에 큰 위기 없이 이길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좋았다"고 말했다.
1회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페굴라는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국 동료 선수 특히 어린 선수와의 경기가 쉽지 않다고 했지만 완승을 거두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페굴라의 다음 상대는 다시 한번 자국 동료 클레어 류(미국, 세계 98위)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페굴라는 "다음 상대인 클레어 류는 좀 다르다. 여지껏 한 번 도 경기를 해본적이 없고, 내 기억에는 같이 연습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과거 미국선수들과 했던 경기와는 또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상대의 경기를 몇 번 봤는데 상대가 매우 영리한 선수라는 것을 안다. 변칙적인 경기 운용도 잘하는 선수이다. 경기중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해결법 역시 잘 찾는 선수이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8강에서 만났고,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내일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오늘처럼 멋진 경기를 했으면 한다. 나 역시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승리하는 방법을 잘 찾길 바란다"고 다음 경기를 전망했다.
한국계 미국인 페굴라는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국내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페굴라가 인터뷰를 통해 아직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서툴지만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Q.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 적 있는데 혹시 한국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A. 한국어를 좀 더 배워서 한국어로 팬들과 대화한다면 멋질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 잘 준비해서 내년에 방문하게 되면 한국어로 팬들과 몇 마디 대화를 해보고 싶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랑 대화하다보면 영어를 다들 잘 하신다. 내가 영어로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으실 거 같긴 하다. 경기 끝나고 관중들에게 사인을 해준다거나, 셀카를 함께 찍으면서 한국팬분들과 간단한 얘기를 하며 최대한 팬서비스를 해드리려고 하는데, 사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hello”와 “thank you”밖에 없어 아직은 좀 아쉬운 면도 있다.
Q. 현재 스스로 평가하는 한국어 수준은?
A. 수준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어머니 역시 한국계이시긴 하나, 너무 어렸을 때 입양되셨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신다. 어머니는 어린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셨기 때문에 이후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실 기회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어머니께 ‘우리가 어렸을 때 왜 한국어를 공부시키지 않으셨어요? 어렸을 때 배웠으면 더 쉬웠을 텐데요’라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배우기 쉽진 않겠지만 조금씩 시작해 보려한다.
Q. 한국말은 못하지만 한국 문화나 K-pop등을 경험해본 것이 있나?
A. 잘은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미 한국 문화나 K-pop 등은 워낙 유명해서 전해 듣고 있다. 한국 음식은 이미 좋아한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고추장 등을 말하며, 특히 고추장은 남편과 함께 집에 상비해두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알게된 사람들 중에 한국분들도 많아서 전해 듣고는 있다. 아직까지 정주행한 K드라마는 없다. 괜찮은 K드라마 추천해주면 보겠다.
국내팬들과 셀카를 찍는 페굴라
Q. 한국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Squid game)을 추천한다. 얼마전 남편과 함께 설립한 “A Lending Paw”라는 단체에 대해 직접 설명해줄 수 있을까?
A. 오징어 게임, 알고 있었는데 기회되면 보겠다. “A Lending Paw”는 남편과 함께 서비스 견(service dog)을 트레이닝 시키는 것을 지원하는 단체로 그리고 그렇게 트레이닝 된 서비스 견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 상황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그러한 서비스 견을 훈련시키는데 큰 돈이 든다. 서비스견 한 마리 트레이닝에만 2만5천불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한다. 그 단체는 이런 트레이닝 비용을 지원한다. 서비스견은 눈이 잘 안보이는 분이나, 귀가 잘 안들리는 분들도 사용하실 수 있다. 이번 US오픈에서는 군에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분을 위해 서비스 견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을 했다. 그분들이 서비스 견을 통해 다시 사회에 나와 사회생활을 하시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도 나도 둘 다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식으로라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Q. 2019년 방문 당시 어머니와 어머니가 입양되기 전 보냈던 한국 고아원에 가서 봉사를 했다고 들었다. 당시 경험을 좀 더 공유해줄 수 있을까?
A. 맞다. 당시 어머니와 내 할아버지 그리고 나 셋이 갔었다. 여기서 내 할아버지라함은 우리 어머니를 입양하신 아버지를 말한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입양되어 뉴욕으로 바로 가셨기 때문에 이후 어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한국에 오실 기회가 없었다. 셋이 고아원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그 고아원에서 입양되셨지만 재미있는 건 그 고아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어머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그분은 그 고아원을 평생 운영하셨는데도 말이다. 그랬기에 어머니가 입양되시기 전에도 분명 그분이 어머니를 보시긴 했을거다. 굉장히 감정적인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계시던 곳에 다시 오신 것이다. 그때가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셨던 순간이었다. 내가 테니스 때문에 한국에 오게되었고 그덕에 어머니도 한국에 오셨던 특별한 순간이다. 고아원에 가서 어머니가 입양되었을 때 당시 한국의 시대상과 고아원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그리고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역시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고아원 얘기로 돌아가면, 당시 고아원에 아이들이 어떻게 보내졌는지를 전해들을 수 있었고 어머니를 보고 나이를 ‘추측’했던 상황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스갯소리지만 어머니는 분명 자신이 기록된 나이보다 더 ‘어렸길’ 바라셨다. 참 좋은 경험이었다.
글= 박상욱 기자(swpark22@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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