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간부 “이란·헤즈볼라가 돈·무기 제공, 2년 준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무장 단체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에 앞서 2년간의 준비를 거쳤다는 주장이 하마스 내부에서 나왔다. 또 이번 공격을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헤즈볼라 등과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레바논 언론은 보도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과 이란은 무관하다고 배후설을 부인해왔다.
11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하마스 대외 관계 책임자인 알리 바라카는 러시아투데이의 아랍어 뉴스 채널인 RTA아라빅에 “이번 공격은 2년 이상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라며 “우리는 현지(가자지구)에 모든 것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수 공장에서 사거리 10~250㎞의 다양한 로켓은 물론이고, 박격포와 총기까지 각종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라카는 “비밀 작전의 보안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공격 시작 때까지 우리 우방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며 기습 30분 뒤 헤즈볼라,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과 접촉했고 튀르키예에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기습 공격에 외부 관여가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배후로 두 세력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첫날부터 서방 언론과 정보기관이 제기해온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동의 언론에서도 이란 배후설을 보도하고 나섰다. 레바논 일간 로리앙르주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은 레바논의 수도에서 수개월 동안 계획된 것이라고 ‘저항의 축’ 내 여러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스라엘 정착촌(영토)에 침투하겠다는 구상은 수년 전부터 이들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저항의 축’은 하마스와 쿠드스군, 헤즈볼라, 이슬라믹 지하드 등 반미·반이스라엘 성향 동맹체를 뜻한다.
로리앙르주르는 “2021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 당시 로켓포 위주 공격의 한계가 드러난 이후, 이란과 동맹국은 다음 전투는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3월에는 레바논으로부터의 침투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의 방어 역량을 시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21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로 80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한 작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후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로 병력을 직접 침투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왔다는 것이다.
바라카는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전후해 러시아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 내 공장에서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 AK소총과 탄약을 제조하고 있다고 했다.
바라카는 “전 세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관심을 쏟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러시아는 우리에게 공감하고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휘말리게 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목표 중 하나가 미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하마스 대원이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며 “우리는 미국이 감옥에 갇힌 우리 아들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도 포로 교환을 진행했으며, 우리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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