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구은행, 고객 몰래 1600개 증권계좌 부당 개설”

금감원, 금융사고 조사결과 발표
영업점 56곳 직원 114명 대거 가담
“내부통제 소홀 엄중 책임 물을 것”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00개가 넘는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이 금융감독 당국 조사 결과 드러났다.

DGB대구은행.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12일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고객 1552명의 예금계좌 연계 증권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 동의 없이 신청서 사본을 이용,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했다.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 이를 B증권사의 증권계좌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계좌를 늘렸다. 금감원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출력본 활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빙이 없는 데다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러한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 연락처로 변경,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게 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것이 사고 배경이 됐다고 판단했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뉴스1

금감원은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면서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계획한 상황에서 조직적 일탈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인가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면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