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여자아이 납치” 영상 알고보니 ‘가짜뉴스’…거짓선동 판치는 SNS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0. 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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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MZ세대 틱톡서
“가자지구에 비인도적 공격”
이·팔 당국도 ‘X’로 지지호소
기자·머스크 사칭계정 등장
영아 살해 등 잔혹한 영상
팩트확인 없이 무차별 확산
SNS 전쟁소식 20%가 가짜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엿새째를 맞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분진으로 뒤덮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엿새째를 맞은 이스라엘-하마스 전황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는 ‘이-하 대리전’이 불붙고 있다. ‘글로벌 민심’을 등에 업기 위한 여론전인데, 양측 모두 이번 전쟁 국면에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세계적 관심에 편승해 조회 수를 올리고 상대를 비방하려는 가짜뉴스 전쟁도 치열하다. 포탄만 날아다니지 않을 뿐, 소셜미디어플랫폼(SNS) 상 양측 갈등과 무차별적 가짜뉴스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 공습이 시작되자 엑스(X, 옛 트위터)에는 가짜뉴스와 사칭 계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본인을 BBC 기자라고 소개한 계정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시소식’이라며 정체모를 전쟁영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일론머스크(패러디)’라는 계정에서는 마치 머스크가 현장을 중계하는 듯 속보영상을 퍼날랐다. 하지만 BBC소속이라던 베로나 마크 기자는 파키스탄 크리켓 방송인 로하 나딤의 프로필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 만든 가짜였고, 짝퉁 머스크가 올린 사진 역시 시리아 내전 상황을 재활용한 가짜였다.

10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술 핵 공격’을 승인했다”는 트윗이 퍼졌다. 하지만 해당 계정이 연동한 인터넷 주소(URL)를 클릭할 경우, 광고 사이트로 넘어가는 피싱이었다. ‘탈레반 PR팀’이라는 사용자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탈레반이 이란과 이라크를 상대로 팔레스타인에 전투기를 파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잃어버린 소녀(Lost Girl)’로 알려진 영상. [출처=트위터]
물론 그 사이트는 탈레반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잃어버린 소녀(Lost Girl)’라는 영상도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한 어린 소녀가 성인 남자와 아랍어로 대화하는 영상인데 “하마스 무장세력이 납치된 소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가짜였다.

한 엑스 이용자는 여성이 군중에 둘러싸여 화형당하는 끔찍한 영상을 공유하면서 “음악 페스티벌에서 이스라엘 소녀를 고문하는 하마스 지하디 테러리스트의 악마같은 모습”이라는 멘션을 달았다. 그러나 이는 2015년 과테말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은 CNN 보도 영상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허위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사이아브라(Cyabra)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퍼다 나르는 소셜미디어 계정 5개 중 1개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아브라는 약 3만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이 하마스에 대한 우호적인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할리우드 배우와 모델들은 SNS에 자국을 옹호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팬들을 ‘선동’하고 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의 주연을 맡은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갤 가돗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스라엘 국기를 올리고 “나는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나탈리 포트만, 마돈나 등 유명 인사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인플루언서들은 틱톡 등을 활용해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낫 인터내셔널’이라는 계정으로 패션 관련 영상을 주로 올려온 한 팔레스타인 여성은 지난 7일 이후 계속 가자지구 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이 사람을 구하려고 애쓰는 팔레스타인 앰뷸런스와 구조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학살(genocide)”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 MZ세대들도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봉쇄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17년째 이어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가 저항을 불러온 것”이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레거시 미디어의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감지된다. 홈페이지와 앱에서 속보로 전쟁상황을 전하면서 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콘텐츠를 늘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NYT는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특히 이스라엘 군의 반격이 시작된 이후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학살의 증거가 담긴 사진과 영상이 미 언론을 통해 대거 흘러나왔다.

이스라엘군이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남부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를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일 가자지구 인근 다수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하마스 대원들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민간인을 총으로 쏴 죽이거나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확인사살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이스라엘 당국도 엑스 등 소셜미디어를 프로파간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공식 엑스 계정에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당신이 보고 있는 사진에 둔감해지지 말라. 이들은 여자와 아이들, 아기 그리고 사람들이다. 산채로 불태워지고 온가족이 그들의 집에서 도륙되고 아기들은 고문당하고 죽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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