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000원 오른다고?”…맥주 출고가 인상 폭 들여다보니
중간 도매상 마진에 식당 몫까지
“당장은 인상하는 식당 적을 듯”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전날부터 카스와 한맥 등 자사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환율과 국제유가 등이 불안정한 데다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까닭이다. 대상 품목은 외식업소용 500㎖ 제품과 가정용 355㎖ 제품이다.
이번 출고가 조정은 금액으로만 보면 병당 인상 폭이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비맥주는 정확한 이번 인상 폭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7년여간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매경닷컴이 오비맥주의 출고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 11월과 2022년 3월, 그리고 이번 달까지 최근 7년여간 총 세 차례 인상이 이뤄졌다. 500㎖ 병맥주 제품의 2016년 출고가는 약 1147원이었는데 이듬해 1250원대로 100원가량 올랐다가 올해 다시 평균 6.9% 인상된 것.
이 경우 현재 500㎖ 병맥주의 공장 출고가는 1346원 남짓, 최대 1500원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류업계에 능통한 한 관계자 역시 “마진을 붙인 대형마트 가격이 2000원이 채 안 되는 걸 보면 출고가가 대략적으로 1000원대 초반이라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년여간 공장 출고가는 500원도 채 오르지 않았지만, 식당가 맥주 가격은 4000원대에서 6000~7000원대로 크게 뛰었다. 중간 도매상의 이윤과 운송비 등 유통 마진이 붙는 데다 자영업자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1000원 단위 인상을 거듭해온 까닭이다.
통상적으로 맥주나 소주 등 주류 출고가가 소폭 인상되면 식당들은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린다. 고기류나 채소류, 장류 등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주 음식 메뉴나 안주류의 가격을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식당들이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는 구조여서다.
서울 송파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 우리 상권은 상인회 결정에 따라 가격을 올리거나 동결하는 방식”이라며 “다만 여러 원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영업이 힘든 상황이어서 회의 때 가격을 올리자고 제안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무리한 소비자가격 조정이 도리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병당 판매가를 올려받을 바에야 차라리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덜하도록 싼 가격에 많이 파는 것이 더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한 한 음식점주는 “출고가는 조금 올랐다지만, 도매상들이 공급하는 가격이 20~30%씩은 오른 것 같다”면서 “손님들은 무턱대고 식당이 많이 올린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주류업계에서는 당장은 맥줏값을 조정하는 상권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스와 한맥의 가격은 올랐더라도 켈리와 테라 등 제품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출고가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유통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가 올랐다고 해서) 카스는 7000원 받고, 테라는 6000원 받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출고가 인상분이 아직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같이 올려야 식당가에도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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