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나라 곳간 … 국가채무 사상 첫 1100조원 돌파 [부채 공화국]

안용성 2023. 10. 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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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0월 재정동향’
한 달 새 12조 ↑… 작년보다 76조 증가
연말 기준 정부 전망치 대비 8조 초과
부동산 거래 감소·글로벌 경기 둔화에
국세 수입 전년比 47조6000억원 줄어
관리재정수지 적자 66조원으로 감소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전망치 상회
내년엔 더 늘어 92조 적자 예상 불구
재정준칙 법제화 여전히 ‘제자리걸음’

지난 8월 기준으로 국가채무(중앙정부)가 1100조원을 돌파했다. 한 달 전보다 1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1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6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나라 곳간은 점점 더 비어가고 있다. 국가채무가 치솟고 있는데도 재정준칙 법제화는 국회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펴낸 ‘10월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39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44조2000억원 줄었다.
총수입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국세 수입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국세 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조6000억원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감소 영향으로 13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법인세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로 1년 전보다 20조2000억원 감소했다. 내수 부진의 여파로 부가세도 6조4000억원 빠졌다.

세외수입은 한국은행의 잉여금 감소 등에 따라 2조8000억원 줄어든 1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금수입은 133조5000억원으로 6조2000억원 늘었다. 기금수입의 경우 보험료 수입 5조3000억원, 법정부담금 9000억원이 각각 늘면서 지난해보다 수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의 총지출은 42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조5000억원 감소했다. 예산 지출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업 축소,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소 등으로 1년 전보다 16조9000억원 줄었다. 기금 지출은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종료 등의 원인으로 36조원 감소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8월 말 기준 31조3000억원 적자였다. 정부가 국세수입 등으로 버는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연간 적자 전망치인 13조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역대급 세수펑크로 인해 수입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6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개선되면서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2.95%)이 3% 밑으로 내려갔다. 다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정부의 올해 전망치(58조2000억원 적자)를 웃도는 상황이다.

8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는 1110조원으로 집계됐다. 국고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웃돌면서 한 달 전보다 12조1000억원 늘었다. 작년 말 대비로는 76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정부가 올해 말 기준으로 잡아놓은 연간 국가채무 전망치(1101조7000억원)를 이미 8조원 이상 초과한 셈이다.

정부는 다만 향후 국고채 상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말 국가채무가 전망치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9월에 국고채를 24조원 상환할 예정이다. 올 1∼9월 국고채 발행량은 144조4000억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167조8000억원)의 86.1%로 집계됐다. 9월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의 경우 1조원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9월 말 기준 213조9000억원이었다.
나라살림 적자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8월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관리재정수지가 9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 대비 적자비율이 3.9%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은 출범 초기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역점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힘든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정부 스스로도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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