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셔크 “미, 더 많은 외교로 중국 정책 변화 추구해야…제재 의존은 과잉대응”[인터뷰 전문]

김유진 기자 2023. 10. 12. 19: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C 샌디에이고 교수이자 전 국무부 부차관보
“시진핑, 독재적 권력 누려…영구 숙청 우려”
바이든 대중국 정책 “트럼프와 연속성 많아”
“화웨이 제재 등 ‘오버’…동맹·미국에 비용 초래”
“미·중의 상호의존성 무기화” 비판

“수출통제로는 중국을 바꿀 수 없다. 미국은 중국이 공세적 정책을 누그러뜨리도록 외교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인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동맹·우방과의 관계 강화는 잘한 일이지만 중국 정부와의 외교는 충분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말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펴낸 저서 <Overreach>에서 시진핑 체제 하의 중국이 “스스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과도하게” 세력을 키우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역풍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상호의존성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중국의 과도한 세력 확장(overreach)에 과잉 대응(overreact)을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이 권위주의 중국과 ‘바닥을 향한 경쟁’을 추구할 경우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개방적 사회와 경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정치권에서 대중 강경론이 초당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전문가가 ‘오버리액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 중국 연구진과의 과학기술 협력 제한, 반도체를 제외한 신흥기술 수출통제 등을 대표적인 과잉대응 사례로 꼽으며 “오히려 미국을 궁핍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셔크 교수는 미·중 정상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만날 경우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적이라는 숙명론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이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 나서도록 독려할 것도 권했다. 다음은 지난 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만난 셔크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교수가 3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미·중관계를 주제로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중국의 ‘오버리치’가 더욱 강화될까.

“오버리치란 과장된 방식으로 행동해 스스로를 해치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책에서 이런 행태가 후진타오 1기 말부터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등 마오쩌둥 시대의 폐해가 과도한 리더십 집중에서 비롯됐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시진핑이 등장한 무렵 집단지도체제의 부패가 심각해지면서 강력한 중앙 정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그 결과 고도로 권력이 집중된 극단적인 형태의 오버리치가 일어났다. 중국 정부 관리들에 대한 반부패 캠페인은 사실상 시진핑이 잠재적 적을 상대로 벌인 숙청이었다. 이제 시진핑은 독재적 권력을 결합한 지도자다. 더이상 상층부의 권력 분담은 없고, 시진핑 부하들은 공포의 공기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충성도를 보여주지 못하면 숙청의 표적이 되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내가 ‘영구적 숙청’(permanent purge)이라 부르는 것이 시진핑 3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장, 외교부장 등 과거 시진핑의 막강 신뢰를 받았던 정치인들도 표적이 되고 있다. 중국의 어떤 정부 관리도 시진핑에게 그의 정책과 선호가 중국에 값비싼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나 미국 등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미칠 영향은.

“시진핑 3기 들어 권력 집중은 실용주의나 유연성, 경제 발전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오버리치를 지속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이웃 한국, 일본으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국내적으로도 민간 기업, 중산층은 중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경제 악재도 쌓이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흐름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시진핑이 정책을 완화하기를 기대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진핑이 민간 부문이나 해외 기업들의 환심을 사려는 징후가 보인다. 또 외교적으로 미국과 관계를 조금 개선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관건은 중국의 영향력 있는 정부 관리나 지식인, 기업인들이 시진핑에게 정책을 조정하도록 설득할 용기와 네트워크가 있는지 여부다.”

-시진핑이 대만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내년 대만 총통선거를 전후해 양안관계 긴장도 높아질 수 있다.

“누가 대만 총통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 차기 총통이 현명하게 행동할지 아니면 시진핑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게끔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대만 독립을 주장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대만 주변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강하다. 한편으로 이런 상황을 오래 겪은 대만인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나 쿼드·오커스와 같은 대중 견제 연합체(balancing coalition)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시진핑이 3기를 원한 것은 대만 통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 그리고 양안 관계 연구자들이 보기에 시진핑 3기 내에 대만 침공이 일어날 위험은 상당히 낮다. 일각에선 중국이 국내 경제 문제가 커지면 대중의 불만을 해외 위협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국제정치사에서 관심을 전환시키기 위한 전쟁(diversionary war)이 일어난 경우는 극히 적다. 통상 국내 문제가 심각해지면 지도자들은 국내 문제에 신경을 쓴다. 외부 위협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무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중국 엘리트들은 대만을 공격했다가 성공하지 못 할 경우 중국 본토에서 강력한 민족주의 시위에 부딪힐 것도 우려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출범 초기 많은 것을 기대했다. 행정부에 내가 잘 알고 존경하는 인사들이 많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매우 다른 중국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중전략 사이 연속성이 더 많다.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째 시진핑과 중국 정부가 큰 실수를 했다. 미국 신정부 출범 후 첫 1, 2년은 미국인과 다른 나라들에게 중국의 의도가 선량하다고 안심시킬 기회였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와의 국경 분쟁, (남중국해) 해안경비대 증강, 일본에 대한 압력, 한국과 호주 등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발생했다. 홍콩 장악, 신장 위구르 자치구 사상 교화 수용소 운영, 코로나19에 따른 극단적 봉쇄 조치도 뒤따랐다. 중국은 미국의 백신 제공 제안과 같은 우호적인 조치도 거부했고 전랑외교에 매진했다. 시진핑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고, 그 결과 미국의 정책은 계속해서 강경하게 유지됐다. 미국 정부가 동맹, 우방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환경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의 외교는 충분치 않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현재 미 정부 정책 중에 그런 요소가 있나.

“화웨이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단속한 것은 ‘오버리액션’이었다고 생각한다. 화웨이의 문을 아예 닫게 하려 하거나, 미국 기술 판매 전면 금지를 추진할 정도로 화웨이가 제기하는 위협이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하지 않았다고 본다. 냉전 시기 (미·소) 대리전처럼,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일종의 대리전이었다. 중국 학생·전문가들과의 과학기술 협력 제한 조치도 중국의 기술적 역량을 과장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 조치를 중국의 특정 구체적 행위와 연결시키지 못했고, 그래서 중국에 반대하는 포괄적 제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정부에 있을 당시 우리는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제재를 사용했다. 예컨대 비확산을 위해 중국이 이란에 핵·미사일 기술을 계속해서 판매하면 제재를 발동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이 정책을 바꾸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제재는 그렇게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기술 제재나 관세 등은 중국의 행동 변화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차별 없이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봉쇄전략의 일환이라고 여긴다. 이는 오버리액션의 일종이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접근은 평범한 중국인들조차 미국의 태도를 완전히 적대적으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다. 외교와 제재를 결합해 중국이 정책을 완화(moderate)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군 현대화와 직결된 첨단기술에 국한한 ‘표적화된’(targeted) 수출통제를 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제재를 통해 중국군 현대화나 경제적·기술적 발전 속도를 늦추려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일단 미국 외에도 많은 나라들을 동참시켜야 하는데, 미국의 아주 좋은 동맹국들도 이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로 인해 기업 활동이나 과학기술 협력에서 큰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통제 같은 조치는 평시가 아닌 주로 전시에 이뤄져왔다. 중국의 행동은 물론 우려스럽지만, 아직 러시아처럼 다른 나라를 공격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현재 수출통제는 표적화되어 있지 않다. 반도체의 경우 급소(choke point)만을 겨냥하는 수출통제라면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나머지 신흥기술은 보다 넓은 차원에서 상업적 가치가 있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 아직 중국이 우리가 그런 제재를 가할 만큼의 이유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미국의 기술 진전을 저해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해를 입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이점은 전세계 인재들이 미국 대학에 공부하러 오기를 원하고 상당수가 남기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제재는 우리 스스로를 궁핍하게 한다.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미국에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들이 미국에서 일할 지 아니면 중국과 사업 또는 연구할 지 둘 중에 선택해야 하는가. 이것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버리액션이다. 정책의 비용과 편익에 대해 논쟁하면서 좀더 실용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미 의회에선 대중 강경 정책이 초당적 지지를 받는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분위기가 더 강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선거 기간에는 중국 정책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분별있는 논쟁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대표단의 방중 등 의회 차원의 교류는 긍정적으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일정 부분 외교를 좀더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을 재조정(readjust)하고 있다. 또 관계 안정화를 위해 11월 정상회담 개최도 기대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미·중 정상회담 전망은.

“아마도 모든 이들이 회담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제이크 설리번과 왕이 외교부장의 몰타 회담에서 양국이 정상회담을 위한 좋은 여건 조성을 하려 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 점은 고무적이다. 인적 교류 확대나 항공편 증편,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대한 합의 등이 나올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론(fatalism)의 구름을 걷어낼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 양측이 더 많은 외교를 통해 차이점을 해결해나가기를 권장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재조정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관건은 중국의 행동 변화다. 그리고 중국이 정책을 완화하면 미국은 이를 인정, 환영하고 긍정적인 조치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제시했을 당시 미국이 곧바로 거부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미국이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외교적 노력을 복원하는데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에는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악의 축이 나타나는 건 세계에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이를 단념시키기 위해 활발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역량이나 의지가 있다고 보나.

“과거 6자회담 등에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기여하기 위해 일부 노력을 했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혼재된 태도를 보여왔고, 러시아와 중국 간에도 북한과 누가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느냐를 놓고 경쟁을 벌인 역사가 있다. 지금 러시아는 북한 무기로부터 얻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대러 무기 제공에)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활용해 북한의 태도를 완화시킬 수 없다. 김정일 시대 중국은 북한이 핵 야욕을 포기하고 경제 현대화 초점을 맞추도록 활발하게 노력하기도 했다. 그때의 중국은 경제 발전을 제1 과제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이 그때의 접근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한편으로 시진핑이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게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이다.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수잔 셔크 교수는 1970년대부터 현대 중국 정치체제와 중국의 부상, 미·중 관계를 연구해온 학자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내며 중미 관계를 담당한 미국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애고 분교(U.C. San Diego)에서 중국정치와 국제관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글로벌 분쟁 및 협력 연구소(IGCC)’ 소장을 맡고 있다. 대표 저술로는 중국정치 연구 필독서로 꼽히는 <중국 경제개혁의 정치적 논리(The Political Logic of Economic Reform in China)>와 <중국: 취약한 슈퍼파워(China: Fragile Superpower)> 등이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