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세청, 日서 뛰던 오승환 세무조사는 권익 침해"(종합)
"판결과 다른 세법해석 정비 안해 소송 계속 패소…절차 안 지켜 세금 놓쳐"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세청이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를 잘못 선정해 결국 '빈손'으로 종결하는 문제가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 씨가 국세청의 무리한 세무조사로 피해를 본 당사자로 조사됐다.
법원이 과세 쟁점에 대해 과세당국의 해석과 다르게 판결하고 있는데도, 과세당국이 기존 해석을 정비하지 않아 시비를 반복해서 유발하고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납세자 권익보호실태' 감사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구체 혐의·근거 없이 비정기 세무조사…세무조사권 남용"
감사원은 국세청이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없는 데도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제시한 납세자 권익 침해 사례는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 씨다.
오 씨가 일본 프로야구로 활동할 당시 국내 체류 일이 매우 적어 세무조사 대상 요건인 '국내 거주자'가 아닌데, 국세청이 국내 거주자라고 잘못 판단하고 무리하게 조사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서울청)은 2019년 3월에 오 씨가 2014∼2015년 일본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받은 약 83억원(계약금·연봉)의 종합소득세 신고가 누락된 혐의가 있다며 오씨를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청은 오씨가 국내에 부모 등과 같이 주소를 두고 있고, 국외 활동 전부터 국민연금 등에 가입·납부하고 있으며, 한일 양국 모두의 거주자에 해당하더라도 우리나라에 항구적인 주거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등의 사유로 오 씨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했다.
그러나 오 씨는 2013년 11월에 일본 프로야구단과 2년 계약 체결 후 2014년∼2015년 활동하면서 국내에 체류한 날이 2014년 48일, 2015년 49일에 불과해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 오 씨가 당시 이의 제기를 했고, 국세청 내 과세사실판단자문위원회는 2019년 6월 오씨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연평균 281일을 일본에서 체류한 점 등을 근거로 '국내 비거주자'라고 판단하며 과세 불가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은 이 결정이 나오고서야 오 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종결했다.
감사원은 "법·지침상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의 경우 구체적인 근거와 증거가 있어야 하고 단순 추측으로 선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오씨는 국내 비거주자에 해당해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하게 대구지방국세청은 2021년 의원을 운영 중인 A씨가 2017∼2019년 현금 매출 약 10억원을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비정기 세무조사에 들어갔으나, 조사 결과 현금 매출 누락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대구청 조사 직원이 2020년 말 해당 의원을 피부 시술 명목으로 3차례 직접 방문해 고객이 몇 명인지 셌다.
대구청은 직원이 파악한 해당 시간대 방문자 수를 신용카드 결제 건수와 총매출 등과 비교해 탈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듬해 1월부터 한 달간 세무조사를 했으나 소득 없이 조사를 끝냈다.
감사원은 "대구청이 애초에 명백한 자료도 없이 허술하게 탈세일 것으로 단순 짐작하고 조사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서울청과 대구청에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을 철저히 하라며 주의 요구를 했다.
"과세 해석 정비 안 해 연속 패소…절차·검토 미비해 더 받을 세금 놓쳐"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과세 쟁점에 대해 법원과 조세심판원에서 반복해서 패소하면서도 기존 세법 해석을 정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회생계획인가결정에 따른 출자전환 차액과 관련해 대법원이 2019년 5월에 기재부의 세법해석과는 다르게 판결했다.
그러면 해당 세법해석을 정비해야 하지만, 기재부는 대법원 판결과 다른 해석을 계속 유지하면서 대법원 판결 이후 동일 쟁점 소송에서 11회 계속 패소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동일 쟁점에 대한 과세와 이에 불복한 쟁송, 과세당국의 패소가 반복되며 행정력이 낭비되고 행정에 혼선을 초래한다"며 "행정 혼선과 납세자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세법해석을 변경하라"고 기재부와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이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법령 검토가 미비해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을 놓쳐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대전지방국세청은 2020년 B공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 등 절차를 건너뛰고 조사 범위를 확대해서 실시했다. 대전청은 B공사에 대해 법인세 약 122억원을 추징했으나, 나중에 절차 위반이 드러나 다시 돌려주게 됐다.
또한 관련 법령 검토를 제대로 해서 적용했으면 추징 세금이 400억원이 넘는데, 그러지 않아 더 받을 세금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사례와 관련해서는 세무조사 담당자 2명을 징계할 것을 국세청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납세자 권익보호 제도 점검을 목적으로 이번 감사를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포함해 실시했다. 대상 기관은 기재부와 국세청, 기간은 2020년∼2022년이고 확인된 위법·부당 내용은 총 30건이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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