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거취 표명' 대신 돌파구 부심... 수도권에선 "수직적 당정관계 변해야"

이성택 2023. 10. 12.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지도부, 거취 언급 없이 "분골쇄신" 강조
비주류 "지도부 사퇴" "대통령 책임" 분출
수도권 "국정기조 변화, 당정관계 재설정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더불어민주당에 패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첫 일성은 '분골쇄신'이었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관측에도, 거취 언급 대신 현 체제를 추슬러 더 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기록한 21대 총선 수준으로 참패한 배경에는 대통령실과 여당 간 수직적 관계가 있다는 지적에도 친윤석열계 지도부는 침묵했다.


거취 언급 없이 '분골쇄신' 밝힌 김기현 지도부

김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선 결과와 관련해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것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민심 이반과 지도부 책임론을 다독이기 위한 대책 논의를 이어갔다. 일부 참석자들은 여론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혁신기구 성격의 미래비전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등을 조기에 띄워 분위기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13일 최고위원들과의 개별 면담과 15일 의원총회를 통해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비윤계 "지도부 사퇴" "윤 대통령의 패배" 비판 분출

그러나 쇄신 주체가 현 지도부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윤석열계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런 분위기로 가면 수도권 선거에 좋은 인재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이들도 있었다. 김태우 후보에게 사면·복권으로 재출마의 길을 열어준 장본인도 윤 대통령인 탓이다. 이에 지도부가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규를 무시하고 김 후보를 공천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 사람들은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고 주장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수도권 의원들 "국정 기조, 수직적 당정관계 변화를"

'수도권 위기론'을 확인한 수도권 의원들은 이념이 아닌 민생을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 기조 변화와 '당정 일체'라는 현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3선의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도부부터 변해야 한다. 야당을 향해서만 큰 목소리를 내는 안일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작은 분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들의 질타와 고통을 외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정이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고 3분의 1에 달하는 중도·무당층에는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갔다"며 "이들이 '차라리 민주당을 찍겠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김 후보의 득표율(39.37%)과 윤 대통령의 평소 지지율이 수렴한 것도 정부·여당이 중도·무당층에 대한 외연 확장을 도외시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다만 당정 관계 재설정이나 야당과의 협치 등 전면적 방향 전환 요구가 대두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무력감이 팽배한 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의원과 같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구심점이 없는 탓이다. 한 초선 의원은 "며칠 이러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오른쪽)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월 26일 행사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와중에 '내부총질' 두고 안철수·이준석 설전

이 와중에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두고 구원 관계인 이준석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부총질 이준석을 제명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강서구 보선 유세 도중에 "XX하고 자빠졌죠?"라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 전 대표가 이튿날 CBS 라디오에서 "(보선 패배 시 책임은) 1번 윤석열 대통령, 2번 김기현 대표, 3번 어제 유세차 올라서 막말한 안철수 대표"라며 "갑자기 진교훈 민주당 후보를 디스를 한다고 'XX하고 자빠졌죠'라고 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안 의원이 유세 도중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XX하고 자빠졌네"라는 욕설을 들었고, 이에 유머를 섞어 맞대응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의 이 같은 설명에 이 전 대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일축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