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자동차 사고보다 하찮은가

한겨레 2023. 10.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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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6일 충북 오송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2명이 추락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건물의 외벽을 올리기 위한 철제 거푸집에서 일하던 이들이 추락했기에, 현장에서의 안전장치 관리가 부실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교통사고 현장의 찌그러진 자동차보다 노동자의 목숨을 더 가벼이 여기고, 죽은 노동자 가족의 절규조차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행정 조치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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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가 지난 7월12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2명이 사망한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제공

[왜냐면] 우삼열 |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지난 7월6일 충북 오송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2명이 추락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건물의 외벽을 올리기 위한 철제 거푸집에서 일하던 이들이 추락했기에, 현장에서의 안전장치 관리가 부실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사망사고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노동자들이 왜 떨어져 죽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가족들이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해당 고용노동청에서는 지금껏 조사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한다.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한 달 안에 내는 보고서가 ‘재해조사 의견서’다. 교통사고에 비교한다면 교통사고 조사 결과를 담은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인 셈이다. 그런데 일선 경찰서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확인원과 같은 내용의 재해조사 의견서를 고용노동부는 광역 지청에서조차 발급하지 않으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로 차량이 찌그러져도 사고 내용을 문서로 받아 확인할 수 있는데, 노동자가 죽어서 가족이 애타게 사고의 경위와 원인을 알려 해도 기본적인 조사 결과 자료를 받지 못하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민주노동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미국은 안전보건청 누리집에서 해당 사고가 발생한 사업체 이름, 지역, 사고 유형, 사고 원인 요약 등의 자료를 제공하며, 연방 산업안전보건연구소는 재해 사고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 보고서를 배포한다. 영국은 개별 산재의 원인과 예방 대책을 상세히 분석해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에 대한 보고서조차 개인정보와 의견이 담겨 있다느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느니 등 온갖 이유를 들며 사망자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개인정보는 제거하면 되고, 조사자의 의견도 ‘추정’ 표시를 달아 제공하면 될 일이다. 더욱이 사고의 경위와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과 처벌을 위한 기소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 아닌가. 교통사고도 재판에서 다툼의 대상이지만 경찰은 객관적인 현장 조사 자료를 당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왜 이를 거부하고 있는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올해 상반기 중 재해조사 체계를 개선해 ‘재해조사 의견서’를 공개하도록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면서 내·외국인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만 보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통사고 현장의 찌그러진 자동차보다 노동자의 목숨을 더 가벼이 여기고, 죽은 노동자 가족의 절규조차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행정 조치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요구인가.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의 노동행정에서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면, 그 나라들보다 우리의 산업현장이 더 안전하고 산재 발생이 적다는 것인가.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헛된 말을 이제 그만하고, 교통사고 처리보다 못한 구시대적이고 반노동자적 행정부터 즉각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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