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양지청서 민낯 드러난 검찰 특활비, 이대로 둘 건가
뉴스타파·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이 12일 공개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기록 분석 자료는 베일에 가려 있는 검찰 특활비의 민낯을 보여줬다. 기밀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 쓰여야 할 특활비가 불분명한 용처에 검사들 쌈짓돈처럼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취재단은 법원 판결로 2017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68개월간 총 869건의 고양지청 특활비 기록(먹지 등으로 가림처리)을 확보해 이 중 761건을 판독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검찰 특활비는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에만 써야 한다. 불가피하게 현금으로 사용했다면 증빙 자료 등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취재단에 따르면 고양지청이 해당 기간 동안 지출한 3억5000만원가량 특활비는 3건을 제외하고 모두 현금으로 지출됐다. 그러나 지청장부터 말단 수사관까지 감사원 지침대로 어떤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에서 어떤 이유로 특활비를 썼는지 제대로 기록을 남기고 영수증을 첨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A지청장은 인사 발령으로 떠나기 사흘 전 일요일인 2018년 7월15일 특활비 150만원을 지출했다. 2017년 9월과 11월엔 대검 우수 사례에 선정된 B검사와 수사관들에게 포상금 등으로 각각 100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정부 예산에 포상금 항목은 따로 있다. 따라서 특활비를 포상금으로 전용한 것은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 위반이다. C검찰총장으로부터 연말에 특활비가 갑작스럽게 하달된 사례도 있다. 2017년 12월26~28일 총 7건에 1100만원의 특활비가 ‘검찰총장 수사지휘 지원’ 등 명목으로 집행됐다. 남은 특활비를 국고로 반납하지 않기 위해 연말에 ‘몰아쓰기’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수사를 하지 않는 공판 검사에게도 꾸준히 특활비가 지급됐고, 경찰 수사 사건에 특활비가 집행된 경우도 있었다.
검찰 특활비 규모는 연간 80억원에 이른다. 이번에 전국 67개 지방검찰청 중 한 곳인 고양지청에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검찰과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나라 재정이 어려운데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도 축소된 만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가 부당하고 불투명하게 쓰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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