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감서 고개숙인 유통·식품업계 수장들…“안전대책 미흡”[2023 국감]
샤니, 잇단 사망사고 지적 이어져…1년간 산재사고 141건
3년간 1000억 투자…안전설비 확충에 113억 투입해
"코스트코, 사과도 없고 반성하는 태도도 안 보여"
조민수 대표 "병 숨겼지" 발언 두고 진실공방 벌어져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직원 사망사고가 일어난 SPC 계열사 샤니와 코스트코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들은 반복된 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 미흡한 안전대책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는 유통·식품 업계에서 이강섭 샤니 대표와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등인 증인으로 참석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에게 “작년 국정감사 도중 평택 SPL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채 1년이 안 됐는데 또 중대 사고가 일어났다”며 “SPC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안전대책 수립 약속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가 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SPC그룹의 전체 산재사고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869건이 일어났는데, 지난해 사망사고 이후 1년 동안 대책을 세운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141건이나 또다시 산재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고 이후 SPC가 3년간 1000억원을 들여 만들겠다고 한 안전경영 로드맵 등 대책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우 의원은 “1000억원 중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썼냐”며 “계열사별로 안전 강화를 위해 어떤 장비를 도입했고, 시설 보수 등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졌는지 설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 9월말까지 SPC삼립, 샤니, 호남샤니, 파리크라상 등의 안전투자 이행실적은 총 325억원으로 안전설비 확충에 113억원을 지급했다. 그는 “투자도 열심히 하고 다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맹점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 계획, SPC그룹 전체의 안전대책을 논하기에 샤니의 대표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 의원은 “SPC가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이 대표 혼자 증인으로 나와서는 대답할 수가 없다”며 “SPC 회장을 오는 26일 종합감사에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PC 전체 매출액 중 샤니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5%의 매출을 가지고 있는 샤니 성남공장이 전체 SPC의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나”라고 질타했다.
“코스트코, 사망사고 이후에도 반성하는 태도 안 보여”
지난 6월 30대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근무하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코스트코 코리아에 대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회사의 책임 없는 태도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망 3일 전까지 하루에 4만보씩 걸으면서 일했는데 앉아서 쉴 곳도, 식수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폭염 속에서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으면 사망사고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트코 노동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회사가 사망사고 이후에 얼마나 달라지고 반성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대표는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안전 관련 확실한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유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진상규명과 산재처리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조문 과정에서 조 대표가 고 김동호씨의 지병 탓으로 돌리려고 했다는 발언에 대한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해당 발언에 대한 이 의원의 확인에 조 대표는 “그런적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고 김동호 씨의 친형은 “조 대표가 ‘원래 병이 있었는데 이를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라고 하남점 관리자와 얘기했던 상황을 당시 같이 자리했던 직원들 8명으로부터 전해들었다”며 “눈 시퍼렇게 뜨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그때 장례식장에서 했던 말을 지금 똑같이 해 보시라”고 다그쳤다.
회사의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친형인 김동준 씨는 “사고 116일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고, 오히려 유족이 직접 코스트코 본사를 방문해서 얘기를 나누자고 하더라”라며 “사고 관련 여러 서류나 CC(폐쇄회로)TV 영상 요청 등에 대해서도 비협력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성토했다.
코스트코 노조와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짚었다. 코스트코 노조는 지난 4월 사측에 단체교섭과 본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고인으로 자리한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국내 대형마트 중 코스트코만 노조가 설립된 지 3년이 지지만 단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원을 대표하는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대표는 “단협을 거부한 적은 없다. 노동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해명했다.
이후섭 (dlgntjq@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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