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조현철, '학폭 의혹' 박혜수 하차시키지 않고 캐스팅한 사연 [Oh!쎈 이슈]
[OSEN=김보라 기자] 지난 2021년 초 국내 스포츠계를 시작으로 연예계에도 ‘학폭 미투’가 이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중에 인정하고 반성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며 학창시절 서로의 기억이 달라 오해가 불거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스타들 가운데 아직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있으며, 100% 허위 유포로 이미지에 해를 입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폭로하는 행태에 있어서 분별력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박혜수(29)도 아직은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례에 해당된다. 지난 2021년 2월께 처음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그녀는 현재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기 때문에 일부 동창들의 주장을 믿고 그녀를 학폭 가해자로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주변에 수소문해 암암리에 배우 인성을 확인하는 건 예전부터 있었다지만, 문제 발생시 제작진 측에서 그에 따른 피해를 구제받을 조항이 예전보다 한층 더 세부적이고 예민해졌다.
배우 검열은 물론이고 일반인 출연자라면 생기부를 제출하고 가족과 친구 등 지인을 면담하는 시간까지 가지며 결점 없는 도덕성을 요구한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위치에 서 있다면 그에 걸맞은 행보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연예인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은 아니다. 가끔은 청문회를 하듯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다.
이렇게 사전 검증을 거쳤는데도 출연자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가 터진다면 난감 그 자체. 제작진은 그 사람의 분량을 대거 편집한다. 특히 드라마나 예능 등의 방송은 공개 이후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더 꼼꼼하게 대비한다.
하지만 촬영 전에 출연자, 배우와 연관된 논란 및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의혹을 알게 됐다면 일은 수월해진다. 곧바로 하차를 통보해 더 이상 서로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이처럼 업계의 새로운 관행과 달리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박혜수의 학폭 이슈가 영화 ‘너와 나’의 출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학폭 이슈는 2021년 2월 처음 불거졌고, ‘너와 나’ 출연은 이보다 빠른 2020년 확정됐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진이었다면 진즉에 하차를 결정했을 텐데 연출을 맡은 배우 겸 감독 조현철(37)과 제작진은 반대의 선택을 했다.
조현철 감독은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혜수의 하차 논의는 없었느냐’는 물음에 “영화는 특히 상업 논리가 중요한데, 제가 이 영화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도 이를 위해 모인 스태프도 (기존의 상업적 마인드와) 다른 논리를 갖고 있었다. 모든 스태프가 서로를 사랑했다”며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긴 했지만 박혜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온라인상이나 기사만 보고 ‘박혜수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인터넷에 나온 소문이 과장됐거나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동안 그런 것들에 의해 저희 (연예계) 동료들이 많이 죽었다. 뭔가 이 사람(박혜수)을 업계가 폐기처분 상품으로 취급하더라도 이 사람이 한 행동,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저희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무고하다’고 했던 주장을 믿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이후엔 두려움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조현철은 “박혜수의 출연이 결정된 이후 영화투자가 결정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폭 이슈가 터졌다. 저 조차도 (그 말들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출연 여부에) 고민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조현철은 “박혜수의 이야기를 눈 앞에서 들으면서 제가 경험을 통해 박혜수에 대해 직접 느낀 것들도 있으니까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너와 나’(감독 조현철, 제작 필름영, 배급 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대성창업투자, 공동제공 싸이더스·그린나래미디어)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 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로, 지난 2014년 발생한 4·16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차용해 조현철 연출자의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영화적 상상으로 풀어냈다. 박혜수는 세미 역을 맡아 김시은(23)과 단짝 친구 케미스트리를 빚었다.
조현철 감독은 “박혜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며 “업계에 보여준 귀엽고 청순한 (겉)모습과 달리 강단이 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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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필름영・그린나래미디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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