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원료탄 급등…노조 파업까지 철강업계 ‘이중고’
경기침체 탓에 원가 상승분 제품값에 반영 못해
‘秋鬪’ 길어지는 포스코·현대제철…위기감 고조
후공정 중단도 치명적…포스코, 납기 지연 호소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쇳물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시황 악화로 원재룟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노조 쟁의도 부담이다. 노동조합과 임단협 합의점을 찾지 못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중국 정부의 철강제품 감산 규제로 재고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내수 회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 시행으로 전방산업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철강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2분기부터 원료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주요 시장인 중국의 정책 발표에 따라 예상 밖의 흐름을 보이는 모양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이를 제품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유통향 열연(SS275) 가격은 이달 6일 기준 t당 각각 91만원, 90만원으로 원료 가격이 더 낮았던 지난해 10월 말(120만원) 대비 오히려 약 30만원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등 철강 시황 악화에 원자재 가격 인상이 이어져 부담이 크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철강업계의 실적 반등이 올해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1872억원으로 전분기(1조3262억원) 대비 10.5%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제철(004020)의 3분기 영업익은 2989억원으로 전분기(4651억원) 대비 36% 급감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양사 노조 모두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제철은 교섭 재개를 선언하고 회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포스코 노조는 이달 10일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하며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예고한 상태다.
포스코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노조의 조정 신청 후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교섭 과정에서 노사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제철소 조업 안정은 유지해야 한다”며 “우린 회사는 50% 정도를 수출해야 생존이 유지되는 철강사로 고객과의 약속인 납기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급 차질 시 계약이 종료되거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품도 다수이며 최근 교섭 결렬과 조정신청 소식을 접한 고객사들이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문의가 관련 부서에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이 올해 국내외 344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객사가 포스코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납기 준수(32.6%) △가격(32.1%) △품질(29.7%)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후공정 일시 중단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제철소는 어느 한 라인이라도 가동에 차질이 있을 경우 전후 공정 파급효과가 크다”며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동차·조선·건설 등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냉천 범람 사태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고 짚었다. 회사 측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노조와의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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