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자료 유출 과정서 절차적 하자...가중치 변경 합의 있었어야”
이형일 통계청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 당시 통계청이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요구받아 제출했던 것과 관련해 “작성 중이거나 작성된 통계는 발표 전까지 비공개가 원칙이나, 관련부처에서 문서로 요청할 경우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공식적인 문서로 요구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12일 이 청장은 대전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관세청·조달청 합동 국정감사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달 감사원에서 발표한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17~2018년 가계동향조사 통계 조작 의혹 중간 감사 결과를 두고 여야간 질의가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통계청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마이크로데이터를 요구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청장이 “문서로 요청하지 않아 법적 절차를 어겼다”는 취지의 답변을 낸 것이다.
◇새로운 ‘가중치’ 적용 위법 아니지만...”합의 없었던 점 아쉬워”
앞서 감사원은 통계청이 지난 2017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 앞서 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오자 ‘취업자 가중치’를 새로 적용해 소득이 오른 것처럼 꾸며냈다고 봤다. 2018년 1분기에는 소득 분배가 악화되자 다시 취업자 가중치를 빼는 방식으로 자의적인 조정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6년 가계동향조사를 안 하기로 했다가 정권교체 후 다시 살아나면서 표본이 8700가구에서 5500가구로 줄었고, 표본이 줄었으니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조사 전에 계획하는 게 아니라, 조사는 조사대로 하고 가중치는 나중에 적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가중치 변경과 관련한 질의에 “이론상으로는 맞다”라며 “다만 실무적으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가중치를 새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표본 연구를 담당하는 ‘표본과’와 가계동향조사 작성을 담당하는 ‘복지동향과’ 사이 의견이 상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표본과는 가중치 적용에 반대했지만, 복지동향과가 담당 과장과 국장 전결을 통해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이 청장은 “가중치 조정은 국장과 과장 전결이 가능한 사안이지만, 부서 간 합의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역사왜곡보다 나빠”vs”통계청 범죄집단 취급”
이날 여야 의원들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부가 통계를 결과가 아닌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국가 ‘내비게이션’을 조작한 사건으로, 역사 왜곡보다도 더 나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현 정부가 전 정부를 때리기 위해 애꿎은 통계청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청장이 적극 나서서 표적 감사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8년 6월 통계청에서 내놓은 설명자료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통계청은 ‘한 국책연구기관’이라는 표현을 활용하며 “하위 10%를 제외한 개인 근로소득은 모두 증가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는데, 감사원 감사 결과 청와대가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전달받은 자료에 바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설명자료 속 ‘한 국책연구기관’은 두 번 등장하는데, 이는 각각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으로 다름에도 마치 하나의 기관인 것처럼 꾸며냈다”며 “설명자료까지도 조작이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한 질의에 “당시 설명자료를 작성하게 된 경위를 직원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답변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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