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기 자재, 삼계탕집이 공급? ‘벌떼 입찰’ 여전
[앵커]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여러 개 내고 입찰 공고만 뜨면 벌떼처럼 몰려드는 걸 이른바 '벌떼 입찰'이라고 하는데요.
최근엔 공급 능력이 없는데도 공공 입찰에 참가해 낙찰받은 뒤 수수료를 받고 납품 권리를 넘기는 편법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지윤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삼계탕 식당은 지난 2월, 한 국립대의 냉난방기 교체 공사 입찰에서 4천 명이 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재 공급 업체로 뽑혔습니다.
[삼계탕 식당 사장/음성변조 : "(○○삼계탕이) 옛날에 언니가 했던 사업자인데, 지금 그걸 하지를 않아요. 근데 그 사업자가 살아 있죠."]
가족이 이 식당에 도소매업으로 추가 사업자 등록을 하고 2억 5천만원짜리 계약을 따낸 겁니다.
[삼계탕 식당 사업자 가족/음성변조 : "이름은 똑같지만 사업자 등록증이 다르다고. 제가 다 납품 마무리 했어요. 그러면 됐잖아요? 직접 (납품을) 하든 간접을 하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내용이고."]
지난해 해군군수사령부가 낸 드라이버 등 물품 입찰 공고, 4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낙찰된 곳은 생선구이집이었습니다.
이렇게 무관한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었던 건, 구매 입찰은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입찰 참여자가 천 명을 넘어 이른바 '벌떼 입찰'로 의심되는 사례는 지난해에만 1,100건이나 됩니다.
낙찰되면 수수료만 챙기고 공급은 제3자에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최근엔 비법을 소개하는 홍보성 유튜브 채널까지 생겼습니다.
수수료를 빼고 남은 금액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납품 지연 등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습니다.
조달청도 일부 업체의 기업형 불법 브로커 등을 통한 무분별 입찰을 인지하고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병도/국회 기획재정위원/더불어민주당 : "'벌떼 입찰'을 원천 차단할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계약법상 불공정 입찰 유형을 규정하는 등 '벌떼 입찰' 차단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조달청은 무분별 입찰 참여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3자 브로커 등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입찰 참가 자격을 말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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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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