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지방간·신부전·치매까지…'기적의 비만약' 세계증시 흔든다

이지현/신정은 2023. 10.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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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된 '오젬픽'
"비만·신장에 효과" 임상 소식에
노보노디스크 6% 넘게 치솟고
일라이릴리 주가도 4.5% 급등
씨티은행, 목표 주가 상향 조정
신장 투석 기업들은 '곤두박질'
노보노디스크의 덴마크 힐레뢰드 공장 생산라인에 당뇨약 ‘오젬픽’ 제품이 줄지어 놓여 있다. /로이터통신


비만약 시장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가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선두주자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임상 연구 결과에 따라 관련 기업 주가가 연일 출렁이면서다. 몸속 인슐린 등의 대사 작용에 영향을 주는 특성을 지닌 이들 치료제의 사용 범위가 비만이나 당뇨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시장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란 평가다.

 ○GLP-1, 신장질환 효과 가능성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1일(현지시간) 노보노디스크의 주식예탁증서(ADR)는 6.27% 오른 98.84달러에 마감했다. 코펜하겐거래소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4.88% 상승한 681.80덴마크크로네에 거래를 마쳤다. GLP-1 계열 치료제 ‘마운자로’를 보유한 일라이릴리의 주가도 4.48% 올랐다.

이들 주가가 요동친 것은 전날 노보노디스크가 만성 신장질환자 대상 ‘플로우(FLOW)’ 임상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환자 등에게 GLP-1 계열 당뇨약 ‘오젬픽’을 투여하는 플로우 연구를 중단하기로 했다. 약효 등을 중간 분석한 외부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 위원들이 ‘미리 정해둔 약효 분석 지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하면서다. 오젬픽은 비만약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약이다.

플로우 임상시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만성 신장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신장·심장질환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었다. 당초 이번 임상시험은 내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보다 이른 시점에 효과를 충분히 확인했다는 의미다. 노보노디스크는 내년 상반기 구체적 수치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된서리 맞은 신장 투석 기업들

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미국과 유럽에서만 136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씨티은행은 노보노디스크 목표 주가를 기존 600덴마크크로네에서 745덴마크크로네로 상향 조정했다. 에밀리 필드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이 치료제의 효능이 당초 의도한 목적을 크게 뛰어넘는다”고 했다.

신장 투석 관련 기업은 된서리를 맞았다. 만성 신장질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반영되면서다. 투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비타는 전날보다 16.86% 하락한 75.89달러에 장을 마쳤다. 투석기기 등을 판매하는 독일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박스터인터내셔널 주가도 각각 8%, 12.27% 하락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오젬픽이 다양한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치매, 지방간 해결도 기대

오젬픽과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이런 원리로 식욕을 억제해 비만 치료 효과도 입증했다. 주 1회 집에서 맞는 주사제다. 이들보다 먼저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매일 맞는 주사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도 GLP-1 계열 치료제다. 일라이릴리의 주 1회 주사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레타트루타이드 등도 모두 같은 계열 약이다.

당뇨 탓에 혈당이 높아지면 몸속 혈관이 망가진다. 염증 수치도 높아진다. 혈당을 떨어뜨리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여주는 GLP-1 계열 약은 이론적으론 대부분의 대사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올해 6월 미국 연구진은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들에게 레타트루타이드를 투여해 간에 쌓인 지방을 80% 넘게 없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치매는 ‘3형 당뇨’로 불린다. 당뇨 탓에 혈관이 망가지고 몸속 염증이 늘면 치매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비만약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였던 세계 비만 시장 규모가 2030년 770억달러(약 10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신정은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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