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확 준 R&D예산 놓고 물고뜯는 산업-과기부

정석준 2023. 10.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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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 먹거리 사업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그동안 산업부는 산업화할 수 있는 응용과학 분야 R&D를 맡아왔고 과기부는 기초과학 분야 위주 R&D를 지원하는 등 경계가 뚜렷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가 수출 플러스 등 가시적 성과 창출에 올인하면서 부처들이 산업화를 통해 단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응용과학 분야 R&D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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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안난 기초 R&D 지원 꺼리고
성과 보장된 분야만 밥그릇 싸움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력 대표적
부처 이기주의 혁파 개선책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0 kane@yna.co.kr (끝)

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 먹거리 사업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R&D 예산은 유치 경쟁에 나서는 반면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R&D는 서로 미루는 '핑퐁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혁파할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그동안 산업부는 산업화할 수 있는 응용과학 분야 R&D를 맡아왔고 과기부는 기초과학 분야 위주 R&D를 지원하는 등 경계가 뚜렷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가 수출 플러스 등 가시적 성과 창출에 올인하면서 부처들이 산업화를 통해 단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응용과학 분야 R&D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부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로봇 △우주 △첨단바이오 △에너지 등 주요 신산업 분야의 R&D 과제를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두 부처간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R&D다. 산업부는 원전 상업화와 수출을 맡고, 과기부는 기술개발을 주도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자 산업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서 발을 뺀 채 3세대 대형 원전 APR1400 수출에 주력했다. 반면, 과기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한국형 소형 원전 SMART 개발 협력을 계속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친원전 정책으로 i-SMR 개발에 나서자 산업부가 적극 사업단 지원에 나서면서 과기부와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은 뿌리가 깊다. 데이터의 산업화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과기부와 이를 산업에 활용하려는 산업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인 바 있고, 우주 산업과 기술정책을 놓고도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두 부처가 협력해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만 시키고 이후에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범부처 예타사업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도 부처간 칸막이 행정의 대표적 케이스다. 현재 국회에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통과가 지지부진인 가운데 산업부와 과기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고준위 방폐방 건설 사업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 두 부처는 고준위 방폐물 지하연구시설부터 짓고 다음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과기부는 관련 R&D만 맡고 공모는 산업부가 별도로 추진한다. 각자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한 '마이 웨이 행보'라는 지적이다.

두 부처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사이 R&D 예산은 대거 삭감됐다. 내년도 산업부 R&D 예산안은 올해 5조4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13.6% 줄었다. 과기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 감소한 25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는 "부처간 밥그릇 싸움은 굉장히 오래 됐다"며 "과거 교육과학기술부도 부처간 장벽과 갈등 때문에 생긴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관료들이 '부처간 땅 따먹기'로 R&D 성과를 나눠먹는 게 고질병"이라며 "국민의 세금인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R&D 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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