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선거 완패로 대통령과 여당은 바뀔 수 있을까

조미덥·이두리 기자 2023. 10.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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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꼽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집권여당이 야당에 17%포인트 뒤지는 완패로 끝났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는 진단과 함께 윤 대통령이 이념 중심의 국정 기조와 국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수정하고, 여당과의 수평적 관계를 허용하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최종 개표 결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반인 56.52%를 득표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17.15%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큰 격차의 패배에 당황하고 곤혹스러운 모습이었지만,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당은 오는 13일 긴급 최고위를 열고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혁신위원회 성격의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등의 쇄신안을 발표하려다 취소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김 대표 측은 최고위원들과의 일 대 일 개별 면담을 통해 쇄신안에 대한 심도 깊은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 움직임이 있어 김 대표가 설득에 나섰다는 설이 돌았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김기현 지도부가 무너지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별도 입장 없이, 언론과의 통화를 통해 “어떤 선거 결과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주식 파킹’ 의혹과 청문회 중 퇴장으로 비판받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가 이날 여권이 내놓은 유일한 대응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기류가 모두 사퇴로 기울자 김 후보자는 이날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결심했다”며 후보자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야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대표되는 ‘이념’ 중심의 국정 기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에선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받은 후보를 3개월 만에 사면·복권시켜서 내보낸 건 대통령의 의지였다. 당은 무공천으로 갈 수 있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후보를 냈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득표율이) 대통령 지지율을 그대로 따라갔다”며 “용산(대통령실)과 여당이 험지 메이커다. 서울과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도, 안철수도 쳐내는 배타적 리더십과 이념 위주의 국정 운영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총선이고 뭐고 ‘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바뀔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위기일수록 당을 놓아주기보다, 더 확실히 공천권을 쥐고 자기 사람을 국회에 보내려고 할 수 있다”면서 “야당과 대화보다는 야당을 겨냥한 사정 정국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당의 수평적 관계 정립도 멀어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을 무서워하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 “당 중진들 책임이 진짜 크다”고 말했지만 지도부와 중진 중 누구도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당선됐기 때문에 당이 자율성을 갖기 어려운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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