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삭감, 벤처투자, 기술 탈취…중기부 국감 '후끈'
손실보상금 오지급과 소상공인 폐업도 지적
[서울=뉴시스] 배민욱 이수정 기자 =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국정감사(국감)에서는 내년도 중소기업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위축된 벤처투자, 기술탈취 등을 놓고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중기부 국감의 최대 쟁점은 R&D 예산 삭감이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중소기업 R&D 예산은 1조3208억원이다. 올해 1조7701억원)보다 4493억원이 줄었다.
야당 의원들은 중소기업 R&D에 대한 예산삭감이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중기부 R&D 예산은 25%가 삭감됐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예산도 84.6% 줄었다.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내년도 중기부 R&D 예산이 1조3000억원 규모로 대거 삭감됐다"며 "중기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하는데 총력 기울여도 시원찮은데 정권에 충성하느라 예산을 방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경만 의원도 "네이처가 R&D 삭감은 전례없는 일이라는 기사를 다뤘다. 국제적 기사에서 한국을 조롱거리로 삼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난해 중소기업 R&D 사업별 최종평가와 관련해 실패율은 3.8%에 불과하다. R&D 사업에 참가하는 기업을 싸잡아 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이장섭 의원 역시 "중기부가 정부내에서 미운 오리새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과거 중기부 예산은 20조원이 넘었으나 내년엔 13조원으로 축소됐다. 예산 규모가 중기청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기부가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술인 '천공'도 소환됐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조언자' 논란의 중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천공 영향을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29일 재정전략회의 때 소위 'R&D 카르텔 척결'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사업의 필요성과 상관없이 25%를 삭감한 것 아니냐"며 "원전에 대한 사업 예산은 늘었다"고 꼬집었다.
여당은 'R&D 카르텔' 척결이라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R&D 예산의 무분별한 삭감이 아니라 카르텔 부정을 척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아니냐"며 "국민 혈세가 눈먼돈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최형두 의원은 "지난 몇년새 한국은 재정을 무한 확대해 업계에 요소 투입이 증가했다. 하지만 혁신은 없었다"며 "나라 곳간을 생각하지 않은 무한 재정 확대 정책은 쉽지만 후대를 골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R&D는 얻는 게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여러 부분을 챙기겠다"며 "R&D 예산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집행하는 시스템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중소기업 R&D 전체를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카르텔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 R&D 사업들이 '뿌려주기식 사업'으로 지목된 데 대해선 "우리나라 R&D의 전반적인 개혁은 필요하나 그 원인이 중기부와 중소기업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투자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 의원은 "스타트업 투자가 68% 줄고 찬바람이 분다"며 "모태펀드 1차 79개 중 10개 경쟁률 뚫고 선정됐는데 결성도 2개뿐이다. 정부 역할이 더 커져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벤처투자가 상반기 4조4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1.9% 감소했다"며 "8월 벤처투자 펀드결성 자료에 현재 상황이 회복 중이라고 평가했는데 주무부처가 한가하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2021년과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시장이) 버블에 가까웠다"며 "그 이전(2020년)과 비교하면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 금액이 초과했다. 이제는 회복세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도 짚었다. 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기술 탈취를 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거나 언론플레이와 시간끌기용 소송 등으로 덮으려는 도둑 기업들로 스타트업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아이디어, 성과물 등에 대한 특허청과 중기부 차원에서의 등록시스템을 구축·관리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희망 양항자 의원은 "2015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기술 유출·탈취 피해 금액은 50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속되는 기술 탈취 피해에도 올해 기준 기술 탈취 피해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는 중소기업 비율은 약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2019년부터 꾸준히 관리감독한 결과 기술탈취 피해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며 "더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실보상금 오지급과 소상공인 폐업도 지적됐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중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손실보상금은 소상공인 업체 322만1000개에 8조4277억원이 지급됐다. 이 액수는 분기별 중복이 포함된 수치다. 아직 남아 있는 환수 대상 소상공인 업체 7609개다. 금액은 226억1000만원이다. 한개 업체당 297만원 수준이다. 이 중에는 이미 폐업한 업체가 3200개 포함돼 있다.
같은당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이 손실지원금 소급지원 50조원이었다. 약속 지켜졌냐. 결국은 23조원만 했다"며 "올해는 편성이 안됐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1호 공약은 파기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2021년초부터 환수를 추진했으나 방치돼서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이라며 "환수 대상이나 금액 확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부정수급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지원을 받고도 폐업한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86배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소상공인 86만명중에 15만4000명이 폐업했다"며 "소상공인 예산도 30%나 줄었다. 예산을 줄이니 버텨왔던 소상공인이 폐업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영홈쇼핑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공영홈쇼핑은 문제가 많고 도덕적인 해이가 팽배해 있다"며 "이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긴 시간 조직의 기강부터 시작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된다"며 "대표이사, 상임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감사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도 주목됐다. 이 장관은 2020년부터 2년간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지내고 지난해 중기부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이 장관은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kbae@newsis.com,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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