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티투어!…부산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투어’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영화 내부자들)”,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으로 빠진 내 마음은 누가 구조해주냐구요!(영화 해운대)”
해운대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이런 말을 읋조린다면? 이 가을,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다. 저 멀리 하얀 요트들이 떠다닌다. 해일은 아니지만 눈 앞에서 출렁이는 푸른 파도가 보인다. 물론 상대도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지만. 말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이다.
부산의 명소를 즐기고 그 곳에서 찍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그래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하이브리드형 시티투어’가 등장했다. 영화의전당과 부산연극협회가 오는 19~29일 공동으로 진행하는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투어’다.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는 “부산의 영화 촬영지, 부산의 명소·명물 등을 여행하면서 연극을 만나고 그 전체가 한 편의 영화가 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투어는 부산 중구 원도심을 무대로 하는 ‘중구 코스’, 해운대를 대상으로 하는 ‘해운대 코스’ 등 2가지로 진행된다. ‘중구 코스’에선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백산 안희제 기념관, 6·25 전쟁기 임시수도였던 부산으로 피난 온 김동리·이중섭·최은희 등 예술인들의 안방이었던 ‘밀다원’, 유라리 광장, 자갈치 시장, 용두산공원 등을 둘러본다.
중구 코스 여행의 경우 일제시대 백산 안희제 선생의 거점이었던 백산상회였던 동광동 백산기념관에서 대동청년단원·백산상회 주주 등이 되어 일정의 감시망을 피해 독립자금을 모으는 가슴 졸임을, 2·8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가슴 뭉클함을 체험하게 한다.
자갈치 시장에선 6·25 전쟁통 피란길에 헤어진 아버지를 찾아보고 밀다원에선 가난에 찌든 이중섭이 되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조선시대 초량왜관이 있었던 용두산공원으로 오면 일본 상인, 동래 상인이 돼 물건을 사고 파는 장면을 연기한다.
해운대 코스는 지붕이 세계 최대급인 영화의전당, 그 앞 큰 길 건너 APEC나루공원, 센텀시티 안 영화후반작업시설 등을 여행한다. 이 여행에선 자신도 모르게 ‘해운대’를 비롯, ‘내부자들’, ‘심야카페’, ‘스윙키즈’, ‘국제시장’, ‘범죄와의 전쟁’ 등 부산을 무대로 하거나 로케이션을 한 영화의 장면 속으로 들어간다.
“당연하지! 살아있네~다시 달리볼까?(스윙 키즈)”, “사람을 찾습니다. 좀 전에 여기서 저랑 웨딩사진 촬영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지가 안 보입니더.(심야카페)”…. 투어 중 어느 장소에서 이들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참여자가 대사를 하거나 듣게 된다.
영화의전당과 부산연극협회 측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 6월 지역 예술인 35명을 모집, 각 코스별 스토리텔링에 맞춰 맹연습을 했다. 이 배우들은 함께 투어를 하며 각 상황에 맞춰 연기·춤·노래 등을 부르고 참여자들을 영화 같은 장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배우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들로 안배, 스토리의 현실감을 높였다.
여행이 다 끝나면 중구 코스는 영화체험박물관에서, 해운대 코스는 영화의전당에서 참여자들이 명소들을 둘러보며 행동, 연기한 장면들을 찍은 ‘영화’를 관람한다. 하나의 시사회인 셈. 서승우 영화의전당 예술경영본부장은 “색다른 체험 속에서 웃고 즐기면서 부산의 매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코스 여행은 20명을 1팀으로 해서 63개팀을 모집해 진행한다. 중구 코스는 오는 19~22일 하루 4개팀, 해운대 코스는 오는 26~29일 하루 3개팀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1인당 5000원. 체험 후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또 기념 손수건을 주고, 여행을 하면서 출연한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이 찍힌 장면을 담은 CD도 각자 집으로 보내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