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질 풀려날 때까지 물·전기 끊을 것” 하마스 “공격 멈춰야 인질 교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지구에 물, 전기, 연료를 끊겠다고 12일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에너지부 장관은 하마스와 무력충돌 엿새째인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나 생필품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보내는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이스라엘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기도 켜지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으며, 연료 트럭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대적 보복 공습을 퍼붓는 동시에 탱크와 장갑차를 집결해 가자지구를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또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전면 봉쇄를 풀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나 압력 따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야당과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란 격한 발언을 내놓았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날 취재진에 정치권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지상군 투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인질들이 아마도 지하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다른 대변인 조너선 콘리쿠스 중령은 미국 CNN 방송에 하마스가 공격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인질로 잡을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이들을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구출 노력으로부터 숨길 장소 역시 미리 계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질 상황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라며, 이스라엘이 인질 상황에 대해 “약간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만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계속 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하마스 대원은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부숴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그리고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 대표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선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참수당한 이스라엘 군인들, 강간당한 여성들, 불에 타거나 총에 맞아 죽은 어린이들 등을 거론하며 하마스에 대한 보복 의지를 되새겼다.
하마스는 이에 맞서 이슬람권의 결집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마스는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시오니스트 점령군이 닷새 연속 우리를 포위하고 잔혹한 공격을 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장비, 연료, 의약품, 식량, 중장비를 제공해 부상자들을 구하는 종교적, 국가적, 인도주의적 책임을 다할 것을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아랍·이슬람 국가들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또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 인질 교환은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하마스 고위 관료 이자트 알리셰크는 CNN에 “우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끝났을 때만 이(인질)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번 전쟁을 2년간 준비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CNN에 따르면 레바논에 머무는 하마스 외교국(NRA) 책임자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 투데이(RT)의 아랍 채널 RT아라빅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2년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알리 바라카 NRA 책임자는 가자지구 안에 무기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사거리 10∼250㎞의 다양한 로켓을 만들 수 있고, 박격포, 소총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공격 시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고 주장한 뒤 “비밀 유지를 위해 우리 중 누구도, 심지어 동맹들도 공격 개시 시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격 1시간 30분 후에 이란,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들과 접촉했고 튀르키예에도 통보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이스라엘 공격 이후 하마스에 문의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고 그는 전했다. 바라카는 외부 세력의 개입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단지 이란과 헤즈볼라 등 하마스의 동맹들이 자금과 무기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라카는 또 미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죄수들의 석방 역시 하마스의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최근에 이란하고도 수감자를 교환했다. 왜 우리하고는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CNN은 다만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세력이 가자지구, 서안지구에 있는 세력과 항상 긴밀하게 협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대다수는 여행제한 조치 등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가본 적도 없다고 CNN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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