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의 형제 상봉"…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 강제 실종 사례 공개

최근에도 가족들이 찾았지만 2개월 전 사망…무연고 사망도

2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2.8.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위)가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강제실종 상태에 있던 피해자들이 가족 생사를 확인하거나 상봉한 사례를 12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번 사례 4건의 피해자들은 6~10세 가량의 어린 시절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뒤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가 변동돼 강제 실종 상태에 놓였던 이들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 행정기관과 복지시설의 협조를 받아 학교 생활기록부 등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이를 형제복지원 자료와 대조 및 분석해 피해자 가족의 생사를 확인 후 상봉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1982년 어머니와 형제복지원에 입소했지만 혼자만 전원 처리돼 가족과 헤어졌다. 진실화해위는 A씨가 기억을 더듬어 떠올린 고향 및 형제의 이름을 기반으로 제적등본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가 언급한 형제가 수도권에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두 사람이 동의할 경우 서로의 연락처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족을 만나기 2개월 전에 사망해 무연고자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던 B씨의 가족들은 그가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시설 폐쇄 후 행적을 찾을 수 없어 2015년 실종 신고를 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생산 자료 검토 과정에서 B씨 가족 진술과 이름, 생년월일 등은 다르지만 소아마비 유무 등이 일치하는 한 원생을 그와 동일인으로 판단해 주민등록자료 등 조사를 2022년 9월에 진행했다. 진실화해위는 그가 2개월 전 무연고자로 한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 후 그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 방문을 가족에게 주선했다.

이외에도 진실화해위는 형제들과 타 시설 수용 중 이탈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가 가족을 찾은 사연, 아버지 지인에게 맡겨졌다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후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사례 등을 공개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으로, 부랑아 선도를 이유로 장애인, 고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끌고 와 이들을 불법으로 감금 후 노역을 시킨 인권유린 사건이다. 복지원이 운영된 10여년의 기간 확인된 사망자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두 차례에 걸쳐 형제복지원 사건을 조사하며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법성 및 복지원 운영 과정의 인권 침해 등을 밝혀내 피해자 337명의 존재를 진실규명한 바 있다. 형제복지원을 포함해 현재 진실화해위에서 조사 중인 집단수용시설 사건은 총 25건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