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말 들었나" "괴담 유포 그만"…중기부 국감, 'R&D 삭감' 공방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산자위)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R&D 예산 삭감에 무속인 '천공'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까지 꺼내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기업 '공영홈쇼핑'의 방만 경영 문제, 문재인정부 시절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통계 조작의혹 등으로 맞불을 놨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의 중기부 국감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국감에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체 R&D 예산이 16.6% 줄었고 중기부의 R&D 예산은 25.4%가 줄었다"며 "소부장특별회계는 84.6%가 삭감됐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삭감규모도 문제지만 삭감 항목을 보면 더 문제"라며 "창업성장기술개발 R&D 예산은 올해보다 94.4% 삭감됐고, 글로벌창업기술개발R&D는 전액이 삭감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두발벗고 나서도 시원찮은데 정권에 충성하느라 예산삭감을 무기력하게 방어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의 올해 초 GDP의 5%를 R&D에 지출하겠다고 유지했는데 그 발언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대통령, 정부 어느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고 있다. 납득이 돼야 수용하고 중소기업도 플랜 B를 준비하지 않겠나"고 따졌다.
이에 맞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무분별한 삭감이 아니라 카르텔 부정을 척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R&D 예산이) 2배 가까이 늘어 집행되면서 중기부에서도 사후 관리가 부족했다"며 "최근 5년간 협약 중단된 것이 40%다. 협약 중단 판정 뒤에는 제재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금 R&D 예산의 부정, 사후 관리가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야당의 예산 삭감 공세에 "R&D카르텔 원인이 중소벤처기업이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최근 나온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보고서도 그렇고 생산성 부분에서 중소기업이 많이 떨어지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 배경에 무속인인 천공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천공의 영향을 받은 (윤석열)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재정전략회의 때 소위 'R&D 카르텔 척결'이라고 하는 얘기를 하면서 일관되게 사업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25%를 삭감한 거 아니냐라고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만약 민주당이 이 정부의 정책을 바꾸려면 천공 찾아가서 설득해야 하는 거냐"고 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건 대장동 사건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영화 '아수라'의 제작자에게 (대장동)수사 방향을 물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거짓으로 괴담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국감에선 '문재인 정부시절 중기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고용 충격을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중기부에서 지난 2018년 16.4%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숨기기 위해 통계를 조작 및 은폐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중기부가 소상공인 현황 및 경영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2018년 기준 조사에서 이전까지 포함됐던 조사 항목이 모두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적대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던 시기와 맞물려있고 통계 품질을 위해 조사처를 바꿀 순 있어도 조사 항목을 다 들어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부처로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이나 수사 고발까지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공영홈쇼핑'의 방만 경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 거래를 행한 공영홈쇼핑 직원들이 지금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이들 중 3명이 올해 승진했다"며 "불법으로 간주돼 주식 소득이 환수조치까지 됐는데도 사내 조치가 없다는 건 방만 경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대규모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그에 맞는 책임을 확실히 물어서 공영홈쇼핑의 변화를 저희가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네이버와 메타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가품(짝퉁)을 판매하고 있는 문제도 다뤘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CIC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네이버에서 구매한 가짜 향수에서 눈에 치명적인 메탄올과 소변, 부유물 등이 떠다닌다"라며 "소비자들은 네이버를 믿고 상품을 구매하는 만큼,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따져물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허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을 상대로 K컬처 붐을 타고 인스타그램에서 가짜 한국산 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권 의원은 "특허청이 제출한 (위조상품 단속)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인스타그램 비중이 53%를 기록했다"라며 "저가 위조상품 유통으로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상황이다. 위조상품으로 피해 본 소비자에게 보상조치 검토해본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해 허 부사장은 "위조상품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와 권리권자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실 특허청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위조상품을 제한하기 위해 입법과정 중"이라며 "업무협약을 통해서도 계도 지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식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정액제 광고상품인 '울트라콜 깃발꽂기'가 소상공인 간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울트라콜이란 음식점주가 원하는 지역에 월 8만8000원의 깃발을 꽂으면 가게를 노출해주는 광고상품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깃발을 3~4개 꼽으면 광고료만 한 달에 30만원인데, 깃발을 안 꽂으면 광고 노출이 떨어지니 업체끼리 무리한 경쟁을 하는 구조"라며 "배달의민족이 울트라콜로만 1년에 7000억원 가량 번다"고 주장했다.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울트라콜은 얼마든지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같은 금액으로만 광고하는 경우로, 음식점주가 수요에 따라 깃발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라며 "배달할 수 있는 권역을 반경 7k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깃발도 그 안에서만 꽂을 수 있게 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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