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강조했던 尹, 장진호전투 기념식에도 대통령 최초로 참석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장진호전투 기념식에 참석해 "6·25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지난 70년 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발전해 왔으며, 지금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력하다"면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과 핵 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장진호전투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장진호전투는 6·15 전쟁 중이던 1950년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함경남도 장진군 지역에서 미국 제1해병사단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이 중공군 제9병단에 속한 3개 군단 병력과 벌인 전투다. 유엔군은 당시 김일성 정부의 임시수도였던 강계를 공격하고자 개마고원의 인공저수지인 장진호 일대까지 진격해갔으나 중공군 12만명에 포위돼 격전을 벌이다가 흥남으로 철수했다. 해당 전투에서 유엔군은 사망 1029명 등 1만7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미군이 겪은 최악의 패전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군의 피해는 컸으나 미국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과 맞서 싸우며 4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장진호 전투가 없었다면 국군과 유엔군, 피란민 등 20만여 명이 남쪽으로 무사히 철수했던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진호 전투에서 희생된 해병 제1사단과 유엔군 장병을 추모하고 공을 기리고자 지난 2016년부터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가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는 공산군의 남침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국군 및 유엔군 전사자 19만 명의 명비가 모셔져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호국영령을 기렸다.
윤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는 다 아시다시피 미 해병 제1사단이 주축이 된 유엔군 3만 명과 12만 명의 중공군 간에 이루어진 치열한 전투였다. 이 전투를 통해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할 수 있었다"며 "유엔군 약 1만7000여 명, 중공군 약 4만8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것만 보아도 그 전투의 치열함을 알 수 있다.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와 험난한 지형, 겹겹이 쌓인 적들의 포위망을 돌파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장진호 전투를 통해 중공군의 남하를 억제하고 이른바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을 이뤄냈다. 그리해서 흥남지역 민간인들 10만여 명이 자유 대한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장진호 전투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잊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히 참석해준 김응선, 켄림 힌쇼 모이 참전용사님,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준비해준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김정규 회장과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김응선옹(102세)과 켄림 힌쇼 모이옹(92세)은 참전용사다. 김옹은 흥남철수작전에 참전했고, 모이옹은 미군 제506군사 정보대대에서 1953년 6월부터 1955년 1월까지 복무했던 유엔군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두 참전용사를 모시고 동반입장하며 예우를 포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또 미 7사단 32연대 소속 카투사로 장진호에서 전사한 고(故) 김동성 일병의 증손자인 김하랑 공군 병장이 참석해 국민의례 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미국 정부를 대표해 추념사를 했다. 이외에도 미 7사단 32연대 소속 카투사로 장진호에서 전사한 고 김석주 일병의 외증손녀인 김혜수 육군 중위(32사단 신교대대 간호장교)가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송해 감동을 더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전쟁기념관에 있는 미 해병 제1사단 소속 고 제럴드 버나드 래이매커 병장의 이름이 새겨진 명비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래이매커 병장은 미국 뉴욕주 던커크 출신으로 1950년 12월 6일 장진호 전투에서 적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어 다른 병사가 건초더미에 숨겨줬으나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다가, 전사한 지 68년이 지난 2018년 북한에서 미국으로 유해가 봉환돼 2019년 신원이 확인됐다. 래이매커 병장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고향에 있는 어머니의 묘 옆에 안장됐다.
이밖에도 기념식에는 정부측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군 측 박정환 육군 참모총장,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 정상화 공군 참모총장,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앤드류 해리슨 유엔사부사령관, 윌리엄 소자 3세 주한미해병대 사령관, 존 캐리 유엔사 기획참모 차장 등, 대통령실 측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제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을 비롯해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회원, 한미 군 장병 등 2800여 명이 함께 해 장진호 전투의 의의를 기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군사령부 주요 직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유엔사 활동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유엔군사령부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반도 평화 유지의 핵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유엔사는 자유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 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고 유엔군 역할론을 부각한 바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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