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틱톡·엑스로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여론戰 사활
"가자지구에 비인도적 공격"
이·팔 당국도 'X'로 지지호소
기자·머스크 사칭계정 등장
영아 살해 등 잔혹한 영상
팩트확인 없이 무차별 확산
SNS 전쟁소식 20%가 가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시태그가 모두 이번 전쟁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재사용되거나 조작된 게시물이 급증하면서 가짜뉴스가 진짜 정보와 뒤섞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며칠간 가장 많이 퍼져나간 SNS 게시물 중에는 이스라엘 가자지구 내 그리스 정교회 소속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를 폭격한 영상이 있다. 가자지구 내 가장 유명한 유적지인 이 교회는 교회 측에서 직접 폭격 영상이 가짜라는 사실을 4개국어로 발표하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알제리 축구 팬이 올린 불꽃놀이를 전쟁터의 조명탄 폭발로 조작한 사진이나 10년 전 시리아 실종 소녀 영상을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4세 소녀로 둔갑시켜 올린 것도 수백만 회씩 조회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 공습이 시작되자 X(옛 트위터)에는 가짜뉴스와 사칭 계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본인을 BBC 기자라고 소개한 계정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시 소식'이라며 정체 모를 전쟁 영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일론 머스크(패러디)'라는 계정에서는 마치 머스크가 현장을 중계하는 듯 속보 영상을 퍼날랐다. 하지만 BBC 소속이라던 버로나 마크 기자는 파키스탄 크리켓 방송인 로하 나딤의 프로필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 만든 가짜였고, 짝퉁 머스크가 올린 사진 역시 시리아 내전 상황을 재활용한 가짜였다.
지난 10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술 핵 공격'을 승인했다"는 트윗이 퍼졌다. 하지만 해당 계정이 연동한 인터넷 주소(URL)를 클릭하면 광고 사이트로 넘어가는 피싱이었다. '탈레반 PR팀'이라는 사용자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탈레반이 이란과 이라크를 상대로 팔레스타인에 전투기를 파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물론 그 사이트는 탈레반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잃어버린 소녀(Lost Girl)'라는 영상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한 어린 소녀가 성인 남자와 아랍어로 대화하는 영상인데 "하마스 무장세력이 납치된 소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가짜였다.
허위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사이아브라(Cyabra)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퍼다 나르는 소셜미디어 계정 5개 중 1개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아브라는 약 3만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이 하마스에 대한 우호적인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팔레스타인 인플루언서들은 틱톡 등을 활용해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낫 인터내셔널'이라는 계정으로 패션 관련 영상을 주로 올려온 한 팔레스타인 여성은 지난 7일 이후 계속 가자지구 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이 사람을 구하려고 애쓰는 팔레스타인 앰뷸런스와 구조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학살(genocide)"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 MZ세대들도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봉쇄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17년째 이어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가 저항을 불러온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레거시 미디어의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감지된다. 홈페이지와 앱에서 속보로 전쟁 상황을 전하면서 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콘텐츠를 늘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NYT는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특히 이스라엘 군의 반격이 시작된 이후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학살의 증거가 담긴 사진과 영상이 미국 언론을 통해 대거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일 가자지구 인근 다수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이스라엘 당국도 X 등 소셜미디어를 프로파간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공식 X 계정에는 지난 11일 "당신이 보고 있는 사진에 둔감해지지 말라. 이들은 여자와 아이들, 아기 그리고 사람들이다. 산 채로 불태워지고 온 가족이 그들의 집에서 도륙되고 아기들은 고문당하고 죽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전쟁이 터져도 CNN 뉴스를 시청하기보다 틱톡이나 쇼츠 같은 짧은 동영상 위주로 전쟁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내가 좋아하는 스타들이 자국의 편에 서 달라고 했다면서 편파적인 뉴스나 가짜뉴스를 퍼 나를 정도로 분별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문가영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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