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동영상' 美 대선도 흔든다
선거전 가짜영상 악의적 유포
"딥페이크가 민주주의 위협"
2018년 한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영상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뻔했지만 곧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만든 딥페이크 테스트 영상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딥페이크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작년 3월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선언하는 영상이 이어졌는데, 이는 가짜뉴스였다.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와 유튜브는 부랴부랴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가 실존하는 인물로 가짜뉴스를 진짜처럼 속일 수 있게 되면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를 앞둔 세계 각국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적국이 딥페이크를 활용해 악의적 가짜뉴스로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고브가 올해 8월 프랑스, 독일, 영국 3개국 만 18세 이상 성인 5231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응답자 70% 이상은 AI와 딥페이크 기술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또 프랑스는 57%가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없는 비슷한 결과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가짜뉴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앤드루 게스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공공문제 교수가 2019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직전 6주간 미국인 4명 중 1명은 가짜뉴스가 게재된 웹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온건주의자들보다 가짜뉴스 기사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사용자가 가짜뉴스 기사를 10대보다 7배 가까이 많이 공유했다. 반면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 체크 정보는 이런 이용자들에게 대부분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경쟁 후보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폄훼하는 가짜뉴스의 진원지 역할을 한 여러 웹사이트 중 최소 140개는 마케도니아의 인구 4만명 수준의 작은 마을인 벨레스에서 만들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상대 진영이 의도적으로 사이트를 우회해 가짜뉴스를 생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멕시코에서는 집권당인 모레나당이 야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몇 달 전부터 "야당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부가 많은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이 모레나당과 관련이 깊은 계정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갈베스 후보자는 "여당과 대통령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경은 기자 / 황순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유튜버 김용호 부산 호텔서 숨진 채 발견 - 매일경제
- “은퇴박람회 다녀온 부모님, 노후자금 털렸어요”…투자사기주의보 - 매일경제
- “내 딸 의사하고 싶었는데 화 많이 난다”…조민 면허 박탈에 조국 ‘버럭’ - 매일경제
- 유튜버 김용호, 부산 호텔서 숨진채 발견···극단선택 추정 - 매일경제
- ‘하늘의 별따기’ 임영웅 콘서트표 팔아요…수백명 울린 이 녀석의 정체 - 매일경제
- 지중해에 가라앉은 신전서 수천년 전 보물 발견됐다 - 매일경제
- ‘일본 대표 기업’ 74년만에 상장폐지···도대체 무슨 일이 - 매일경제
- “실업급여 받은 여자가 샤넬 선글라스 사며 즐긴다” 증인 채택 놓고 아수라장된 국회 - 매일경
- ‘올해 첫 조 단위 영업익’에도 삼성전자 파는 외국인, 이곳에 몰려갔다 - 매일경제
- 황인태 심판, 한국인 최초 NBA 전임 심판 승격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