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 곁에 있을 것" 네타냐후 "ISS가 무너진 것처럼 하마스도 무너질 것"
바이든 "항모 배치, 이란 조심하라는 것"
중동주둔 미군공격 우려 경계수위 강화
이란 원유 자금 재동결 가능성도
이, 여야 연정으로 전시내각 구성
네타냐후 "하마스 이제 죽은 목숨"
민간 피해에 美 "전쟁법 준수" 당부도
유엔도 인도주의적 통로 마련 촉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번 사태가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에 대한 경계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마스가 수세에 몰리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이 중동 주둔 미군이나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했다. 블링컨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가 이스라엘에 가져온 메시지는 우리는 언제나 이스라엘 곁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할지 모르지만 미국이 존재하는 한 스스로를 혼자서 방어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여러분 앞에 서 있다. 또 남편이자 어린 자녀의 아버지로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하마스의 공격에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역시 논의됐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으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 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고 이스라엘 서안지구와 맞닿아 있는 요르단도 방문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감사를 표하며 하마스가 이슬람국가(ISIS)와 같은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ISIS가 무너진 것처럼 하마스도 무너질 것”이라며 “ISIS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이스라엘에서는 1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미국인 중에서는 최소 2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은 미국이 확전을 막기 위해 이란에 대한 경고에 나선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유대인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항공모함과 전투기 부대를 이스라엘 인근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터진 후 바이든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이란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개입한 확실한 증거는 못 찾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로이터통신·CNN은 이날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관련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실제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대리 세력이나 페르시아만에 있는 이란군이 혼란을 틈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이나 동맹군 전력을 공격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군은 현재 시리아에 약 900명, 이라크에는 약 2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치권에서 현 정부의 대(對)이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동결을 해제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다시 동결할 가능성을 밝혔는데 이 역시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화당은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바이든 대통령의 유화책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계경보를 강화하는 사이 이스라엘 정치권은 여야를 아우르는 비상 통합정부 및 ‘전쟁 관리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저녁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과의 통합정부 결성 소식을 알리며 “이스라엘 국민과 지도자들은 이제 하나가 됐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제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격정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전쟁 관리 내각은 네타냐후 총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3명 체제로 운영된다. 또 통합정부는 운영 기간 동안 전쟁과 관련 없는 정책이나 법안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함께 연설에 나선 간츠 대표도 “지금은 전쟁의 시기다. 하마스라는 것을 지구상에서 없앨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전시 통합정부까지 꾸리면서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지상전도 곧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가 제반 사항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이스라엘이 약 30만 명의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을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배치한 만큼 지상전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예비군 36만여 명을 소집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는 물론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 국경에도 탱크와 중화기를 밀집시키며 산발적 교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법을 따르라”고 당부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전날 7일 이후 가자지구 주민 50만 명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했다면서 인도주의적 통로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날 양국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통화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문제를 논의했다. 사우디는 수니파 종주국이며 이란의 시아파의 맹주다. 사우디 국영 언론은 빈살만 왕세자가 통화에서 이스라엘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도 “(빈살만 왕세자와) 전쟁 종식 필요성과 이슬람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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