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키지 전쟁예산안' 마련 … 이스라엘·우크라 쌍끌이 지원

진영태 기자(zin@mk.co.kr),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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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란에 경고
"이-하마스 사태 개입 말라"
유대인지도자 만나 안전 약속
상원 "이란 자산 재동결을"
이스라엘 이중전쟁 대비
가자지구 지상전 준비하며
하마스·헤즈볼라 연대 경계
시리아 본토에 미사일 보복도
네타냐후 만난 블링컨 美국무 12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블링컨 장관이 주의 깊게 듣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엿새째, 양측 사상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이 금명간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돌격해 지상전을 벌이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거대 이슬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의 양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에 파견해 이스라엘 군사 지원과 인질 구출 작전을 챙기도록 했고, 혹시 모를 확전에 대비해 이란에 경고장을 날리는 등 단속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집계된 양측 사상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1200명, 부상자는 3700명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1200명이 사망했고 560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양측 사상자는 대부분 민간인이다.

현지에서는 언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벌어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인근에 병사들과 전차, 장갑차를 집결시켰다. 병사들이 머물 막사도 설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소집한 예비군은 총 36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인질 억류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이스라엘을 부추긴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이스라엘 국민 9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카츠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인질 송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과 전기 차단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묶어 '패키지'안으로 예산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위한 추가적인 재원 마련을 놓고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서 이견을 표하고 있는 만큼 초당적 지지를 받은 이스라엘 지원책과 함께 의회 승인을 받겠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도와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중동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경고했다는 의미다. 그는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이 '전쟁법'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공격 과정에서 무분별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해 이슬람 사회가 동요할 수 있음을 경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재확인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있다"며 "이스라엘에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이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질 문제도 거론됐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에 잡혀 있는 모든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은 17명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사망자는 25명으로 이날 늘었다.

블링컨 장관의 언급처럼 미국도 지상전을 피할 수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미국은 이집트에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회랑'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급증하고 있는 난민을 이집트가 품어 달라는 요구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집트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과의 지상전을 각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이 전날 밤 10시부터 중단됐다. 이스라엘과의 지상전에 대비해 하마스가 보급품을 비축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양면전을 치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상전 특성상 단기간에 사상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전장은 인구 230만명의 가자지구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하마스를 공개 지지하며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참전할 명분이 된다. 이에 대비해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전차 등 중화기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시리아 본토에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시리아 국영 TV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북부 도시 알레포의 공항을 공격했다. 지난 10일 시리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중동 맹주이자 헤즈볼라 동맹인 이란의 관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하마스가 사전에 이란과 협력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11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하마스의 레바논 지역 대표 아메드 압둘하디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과 이번 공격 이전부터 이후까지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말했다. '저항의 축'은 헤즈볼라를 비롯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성향 단체들의 동맹체를 뜻한다.

미국 정계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군비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란의 해외 자산 재동결을 촉구했다.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동결 해제된 이란의 해외 자산 60억달러와 관련해 "악과 대면한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무기, 경제 제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2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가능한 조치들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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