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형은 102명 구출 영웅... 최대 인질 사태 맞은 동생 선택은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10.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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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형 요나탄은 특수부대 100명 이끌고 4000 ㎞ 날아가 102명 구출
하마스는 땅굴 迷路에 인질 150여 명 분산 감금...동생은 “하마스 박멸” 우선
네타냐후, 정적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과 전시 비상 통합 정부 구성

지난 7일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테러집단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 측 희생자는 1200명(군인 169명 포함), 다친 사람도 3000명을 넘는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 지구(Gaza Strip)를 완전 포위하고 지금까지 2000회 이상 폭격했다. 서울 면적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가자 지구 전체(365㎢)를 거대한 돌더미로 만들어 하마스의 전력을 약화시킨 뒤에 곧 대대적인 지상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모든 하마스 대원은 다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박살 내서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이 전면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가자의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도 늘어나 12일까지 1127명이 사망하고 5300명 이상이 다쳤다.

하마스는 또 모두 150여 명의 이스라엘 측 인질을 근거지인 가자로 끌고 갔다.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이스라엘 국적과 외국 국적의 민간인들/X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습격한 20여 개 마을에서 실종 및 납치 신고를 받고, 텔레그램을 비롯해 소셜미디어에 하마스가 공개한 인질을 끌고 가는 이미지들을 검토하며 일일이 붙잡힌 민간인과 병사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대부분 이스라엘인이지만, 이중 국적자도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약 20명의 미국인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의 형 요나탄은 1976년 100명의 특공대원을 이끌고 4000㎞를 날아가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납치된 106명의 인질 중 102명의 목숨을 90분 만에 구해낸 국가적 영웅이었다. 이 작전을 수행한 대테러 특수부대 ‘사이렛 매트칼’ 요원 중 전사자는 지휘관 요나탄 네타냐후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대적인 공습에 이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스라엘로선 이렇게 많은 인질이 붙잡힌 적도 없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서울의 절반만 한 땅에 설치한 수많은 땅굴과 지하시설에 분산 감금했을 인질들을 구할 묘책이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씽크탱크, 언론 매체들은 결국 인질의 안전보다는 ‘하마스 박멸’에 초점을 맞추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하마스 “이스라엘 폭격 때마다 한 명씩 죽인다” 위협

전문가들은 인질들이 가자 곳곳의 안가(安家)와 땅굴이 감금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는 모터사이클에 질질 끌려간 여성들, 자녀 2명과 붙잡힌 일가족 4명, 정신을 잃은 채 픽업 트럭에 실린 독일 출신 20대 여성, 두 아기를 담요에 싼 젊은 어머니, 12명의 아이들, 80대 노인 등도 포함돼 있다. 상당수는 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된 국경 마을 베어리에서 끌려갔다.

하마스는 인질을 매우 높은 가치의 ‘자산’으로 여겨, 과거에도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기구의 면담 요구도 거부했다.

하마스는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현재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인 5200명 전원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스라엘, 과거엔 병사 1명과 팔레스타인인 죄수 1000명 맞교환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에 붙잡힌 자국 민간인ㆍ병사의 생환을 위해 종종 큰 양보를 했다.

2011년에는 5년간 하마스에 포로로 붙잡혀 있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구하기 위해 1000명의 팔레스타인인 죄수를 풀어줬다. 이때 풀려간 죄수 중에는 이번에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하마스의 가자 지구 정치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도 포함돼 있었다. 샬리트는 2006년 가자ㆍ이스라엘 국경을 뚫는 지하터널로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됐다.

2011년 이스라엘이 맞교환한 병사 길라드 샬리트(왼쪽)와 하마스의 야히아 신와르. 신와르는 2017년에 하마스 가자 지구의 정치 지도자로 선출됐다./자료사진

하지만, 이스라엘이 겪은 막대한 피해를 고려할 때에 인질의 안전이 의사결정에서 중요 고려 사항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인질 구출이 이스라엘 정부의 최우선 목표이겠지만, 지금은 군사적 위협으로서 하마스를 박멸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에서도 입김이 센 강경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군은 하마스를 잔혹하게 쳐부수고, 인질 문제는 별로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마스가 공포심을 조장하려고 올린, 옷이 벗겨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가는 인질들의 모습은 이스라엘인의 집단 의식 속에 강렬하게 낙인(烙印)됐다. 과거 샬리트의 석방 교섭을 했던 게르숀 바스킨은 AP 통신에 “지금은 이스라엘에선 어느 누구도 하마스에 (죄수 석방이라는) 보상을 해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인질 구출 자체도 사실상 힘들어

가자 지구는 현재 연료ㆍ전기ㆍ식수ㆍ의약품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이스라엘 라이히만대 정책안보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마이클 밀스타인은 BBC에 “지속적인 폭격 속에서 하마스도 노약자 등의 생명을 계속 유지시킬 이유가 별로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위치도 극도로 숨기는 상황에서 인질들을 계속 살려두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병사들은 나중에 협상에서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이스라엘 정부로서도 딜레마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사이렛 매트칼’ 같은 특수부대를 보낼 것이냐, 아니면 폭격과 지상전을 통해 전력이 약화된 하마스가 기꺼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까지 기다릴 것이냐 선택을 해야 한다. ‘사이렛 매트칼’은 미국의 델타포스, 영국의 SAS를 모델로 1957년에 창설된 정찰ㆍ대테러 전문부대로,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 작전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가자 지구를 위성과 각종 장비, 정보원들을 통해 ‘눈금 보듯이’ 보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생각은 이번에 착각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스라엘 특수부대라 할지라도, 급변하는 전장(戰場) 상황에서 길이 40㎞, 폭이 최대 12㎞에 달하는 가자 지구에 설치된 수많은 땅굴 네트워크 속에서 어디 인질들이 갇혀 있는지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인질은 지하 시설에 갇혀 있다가 이스라엘군 폭격에 숨질 수도 있고, 구조 직전에 살해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3월 영국과 나이지리아의 연합 대테러 특수부대는 이슬람 테러집단에 붙잡혀 있던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건설계약업자의 구출에 나섰으나, 테러범들은 구출되기 직전에 이들을 살해했다.

하마스는 이번 테러 공격에서 과시했듯이, 첨단 무기를 앞세운 이스라엘에 비대칭적으로 대응하는 데서 뛰어났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의 선임 연구원인 브루스 호프먼은 9일 정책 브리핑에서 “하마스 테러범들은 모든 디지털ㆍ통신 흔적을 없애고 최대한 잠복하면서 감금 장소는 물론 인질들까지도 폭발물 트랩(trap)으로 감쌌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 대표 베니 간츠 전(前)국방장관과 함께 전시 비상통합 정부를 구성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인질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이 통합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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