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의 경고' 외면하면 내년 총선도 어렵다

선거 패배에 심각한 국민의힘.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던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56.52%를 득표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37%)를 17.15%p 차이로 눌렀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들이다. 여당 내에서는 이대로 가면 내년 4·10 총선도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선을 단순히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선거 중 하나로 보면 곤란하다. 이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면서 여야 지도부가 일찌감치 선거에 올인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최종 투표율 48.7%를 기록했고,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선 중 가장 높았다. 강서구 유권자의 30%가량이 충청권 연고자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였다.

선거 결과는 민심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서울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지난해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2.18%p 차이로 따라잡았고, 3개월 후 지방선거에서는 2.6%p 차이로 앞섰던 곳이다. 그런데 여야의 지지율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2020년 21대 총선 당시로 돌아가고 말았다. 수도권의 민심이 지난 대선 이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등식도 변하지 않았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중도층이 대거 민주당으로 돌아선 사실도 확인됐다.

윤 정부는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후보를 광복절 특별사면 후 공천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 도중 줄행랑을 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소통과 협치를 외면하고 사사건건 야당과 부딪힌 잘못이 가볍지 않다. 민생은 뒷전이고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때리기'에만 열을 올린 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6개월 후 더 큰 '민심의 회초리'를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