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중대재해법 확대 신중론 있다"며 유보적 태도

최나실 2023. 10. 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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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보완하기 위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설문지 공개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는 것에 대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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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국정감사]
근로시간 개편 설문조사 공개 지연에 설전 
"질문지라도 먼저 내놔라" "논의 왜곡 우려"
이 장관, '文정부 고용률 최고' 평가 반박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보완하기 위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설문지 공개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는 것에 대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의 발표 시점과 설문지 공개 여부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문은 다 끝났는데, 결과는 정리해 낸다고 해도 설문지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올해 3월 발표했던 근로시간 개편안이 역풍을 맞자, 여론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면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했다. 고용부는 당초 8월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11월 초로 공개를 미뤘다.

이 장관은 "설문지 구성과 예비조사, 설문 결과의 종합 분석에 따른 제도 개편이 일체로 묶여 있다"며 "(설문지만 먼저 공개되면) 일부 왜곡되거나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차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투명하게 설명하고 보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정 환노위 위원장(민주당)이 국회법에 따라 '국가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등이 아닌 이상 정부는 자료 제출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 결정이 안 됐는데 먼저 공개되면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공개가 돼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정부 의견안이 아닌, 애초부터 국회 통제를 받는 안이 될 수 있다"며 거들었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현행 제도 내에서 최대한 예방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의 노사,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저희들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중대재해법 시행 2년 유예 개정안에 대해 '현실을 감안한 입법 개정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저희도 적극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정부를 겨냥하는 발언들도 나왔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내려지는 '작업중지 명령' 유지 기간이 올해 들어 반 토막 났다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며 작업중지 요건과 범위를 대폭 줄여놨다"고 반박했다. 문 정부 시절 고용률이 역대 최고였다고 평가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와 관련, 이 장관은 "(문 정부의) 청년 확장 실업률은 역대 최악이었고 비정규직 규모는 오히려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8명이 숨진 건설사 디엘이앤씨의 마창민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오후 국감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노동자 8명이 숨진 건설사 디엘이앤씨의 마창민 대표, 지난 8월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샤니의 이강섭 대표, 6월 온열질환으로 직원이 숨진 코스트코코리아의 조민수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 모두 한목소리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대표인 이들을 질책했다.

지난해에도 노동자 4명이 숨져 국감장에 출석했던 마창민 대표는 "사고를 막을 책임을 가진 원청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강섭 대표는 "지난해 SPC 그룹 차원에서 안전강화에 1,000억 원을 쓰기로 했고 올해 말까지 총 320억 원, 이중 안전설비 확충에 113억 원을 썼으나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노력해 사고자 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개별 사업장 대표가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 책임이 있는 각 그룹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그룹 전체 매출 대비) 5% 매출을 차지하는 샤니 성남공장이 전체 SPC 안전 대책을 마련할 권한이 있냐"며 "SPC 그룹이나 디엘이앤씨 그룹 모두 최고 책임자들, 최고 소유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SPC 허영인 회장을 종합감사 때 반드시 증인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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