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봉박두'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3. 10.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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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폐암치료제 렉라자
심평원 급여 적정성 평가 통과
국내 시장만 연간 1천억 규모
얀센과 병행치료 임상도 성공
2025년부터 해외매출 본격화
연간매출 1조원 이상 기대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연 매출 1조원 이상) 탄생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국내외 시장 확장을 위한 작업들이 모두 순항하면서다.

먼저 국내에서는 급여 처방 시장 진입을 위한 1차 관문을 넘어서며 내년 초 등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년 전부터 급여 등재에 도전한 경쟁 제품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단숨에 따라잡으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J&J)의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요법이 임상시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렉라자의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적용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으면서 타그리소와 동일선상에서 급여 진입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렉라자는 지난 6월 말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뒤 두 달여 만에 급여 확대의 첫 관문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타그리소는 2019년부터 보험 급여의 문을 두드리다 올 3월에서야 암질심을 통과하고 이어 지난달 약평위의 문턱을 넘었다. 앞으로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급여 진입까지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과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남은 상태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쓰이던 렉라자는 1차 치료제로 확대 허가를 받은 뒤 해당 시장에서 존재감 키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허가 직후인 7월부터 급여 처방이 가능한 시점까지 무상으로 약제를 제공하는 동정적사용프로그램(EAP)을 실시하고 있다. EAP에 참여한 환자는 현재까지 400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삼성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이 합류하면서 참여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EAP 수혜자가 늘어나면서 급여 적용 이후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시장 안착과 처방 확대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차 치료제 급여 시장에 진입할 경우 렉라자 매출은 한층 더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5% 늘어난 10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1차 치료제로서 렉라자 매출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꼽히는 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가 임박했다. 이미 J&J의 제약 부문 자회사 얀센이 EGFR 변이 환자 1차 치료에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을 연구하는 '마리포사'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데이터 발표만 남았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마리포사 톱라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인 타그리소 단독 투여와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임상·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치료 후 사망까지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는 전체생존기간(OS)을 연장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마리포사 임상의 자세한 데이터는 이달 23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도 2025년께부터는 렉라자의 병용요법 관련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앞서 세계 폐암 치료 시장의 선두 주자인 타그리소가 병용요법에서 단독요법 대비 높은 부작용 등으로 다소 아쉬운 임상 결과를 내놓으면서 후발 주자인 얀센과 렉라자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향후 저개발국 등을 중심으로 렉라자의 단독요법을 통한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마리포사 임상 결과 발표 이후 글로벌 파트너사인 얀센과 협의를 거쳐 주요국에는 병용요법, 저개발국에는 단독요법으로 이원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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