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활로 찾는 아날로그 中企들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10.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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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씽크빅·모닝글로리…
종이책에 AR 등 적용 눈길
수첩속 손글씨도 디지털 전환
기존 산업 침체 극복 나서

종이를 쓰지 않는 '페이퍼리스(paperless)'가 대세가 되면서 문구, 도서 등 전통 아날로그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업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산업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증강현실(AR) 등을 접목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식 접근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사고가 디지털 사회에 여전히 필요한 요소이고, 디지털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는 디지로그의 의미를 살려 기존 시장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웅진씽크빅의 'AR피디아(인터랙티브북)'다. AR피디아는 종이책 속 등장인물과 그림을 AR 기술로 구현해 입체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독서 제품이다. 카메라가 탑재된 태블릿PC를 앞에 두고 손가락이나 마커 등을 펼친 종이책에 올리면 태블릿에서 실제 종이책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책에 담겨 있지 않은 설명이 나온다. 가령 기후에 대해 알아보는 책을 볼 때 책에 구름 모양의 마커를 올리면 태블릿에서는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나오고, 비가 오는 원리를 말해주는 형식이다.

2019년 국내에서 인터랙티브북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이후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영문 버전인 AR피디아가 나왔다. 영문 AR피디아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교육업계에서는 최초로 올해 CES 혁신상에서 두 부문을 수상했다.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는 "지금의 아이들과 인류는 종이책과 디지털이 모두 존재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거나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디지털과 종이책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아이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독서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종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은 점도 아날로그 기업들의 접근 방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한국제지연합회가 '종이의 날'을 기념하며 지난 6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5%가 학습 수단으로 디지털 기기보다 종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20·30대의 경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손편지'와 '모바일 메신저'를 비교하는 항목에서 60% 이상이 손편지를 선택하는 등 종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 등 아날로그에 대한 중요성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 바 있다. 2022년 국제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독서할 때 종이책을 읽는 것보다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 쇼와대 연구진은 같은 책을 읽게 한 실험 참가자들에게 퀴즈를 풀게 했고, 실제 종이책을 읽은 사람들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통한 독서가 인지 부하를 높여 집중할 때 나오는 깊은 호흡을 억제하고 뇌 전두엽의 학습과 관련된 부분을 과하게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구 업체들은 디지털을 도입해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모닝글로리는 올해 초 'AR컬러링북'을 내놨다. 동화책 형식의 컬러링북으로 이야기와 밑그림이 함께 담겨 있으며 쪽마다 원하는 채색 도구로 색칠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AR을 볼 수 있는 페이지로 구성됐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그림을 비추면 AR이 나타난다. 음악과 함께 나오는 화면 속 3차원(3D) 동물을 손으로 직접 움직일 수도 있다. 몰스킨은 지난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새로운 기록 방식인 '스마트 라이팅 시스템'을 리뉴얼해 출시했다. 몰스킨 '스마트 라이팅 세트'는 몰스킨 스마트펜과 스마트노트로 구성됐으며 스마트펜을 사용해 스마트노트에 기록한 내용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다. 스마트펜의 움직임을 추적해 모바일 몰스킨 노트 앱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시스템이다.

디지털로 전환된 기록은 몰스킨 노트 앱을 통해 간편하게 편집·저장·공유할 수 있으며, 각 문서에 태그를 지정해 기록한 내용을 손쉽게 관리하고 검색할 수 있다. 또한 노트 기록과 동시에 음성 녹음이 가능한 녹음 기능, 노트에 기록하는 과정을 다시 볼 수 있는 다시 보기 기능 등이 제공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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