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러난 김행…선거 참패 후폭풍 속 대통령실·여당 압박에 ‘자진사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진사퇴한데는 여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로 꼽힌 선거에서 패하며 후폭풍이 일자 자진사퇴 형식으로 일단 ‘김행 낙마’ 카드를 내밀었다. 대통령실은 선거 결과에 대해 침묵하며 여론 살피기에 들어갔다. 김 후보자 사퇴가 향후 굵직한 국정 방향타 전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쯤 여가부 출입기자단에 입장문을 내고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돼 죄송하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고 낙마한 것은 처음이다.
후보자 본인이 결단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사퇴 압박이 본격화한 것이 거취 정리 배경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지 않고 여론을 살폈다. 그간 2~3일 기간을 둬 재송부 요청을 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과 달랐다. 윤 대통령은 선거 참패 결과와 맞물려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사퇴 권고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하기로 하며 정리 수순이 본격화했다.
대통령실의 ‘김행 낙마’ 속도전에는 여권에 광범위하게 퍼진 위기감이 작용했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윤석열 정부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민심 이탈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선거 패배와 김 후보자 사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과 여권 내 파장의 진폭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장 수도권 총선 출마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당정 쇄신 요구가 본격적으로 분출하면 국정운영 방향을 두고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척결’ ‘반문재인’ 등 선명한 노선을 취해온 만큼 근본적인 국정 기조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실 참모들의 거취 정리와 함께 내부 인적 변화를 꾀하고 중도층을 겨냥한 민생 의제에 집중하는 안 등이 이후 행보로 거론된다.
기초단체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 6개월 남은 총선까지 여파를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내부에서 나온다. 국정 쇄신 속도전으로 이어질 일은 아니라는 뜻이 담겼다. 대통령실 또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정 쇄신을 두고 “차분하게 각자 위치에서 고민하고 할 일을 하는 것이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기초단체장 보궐 한 자리로) ‘정권 심판’으로 민심을 해석하는 것은 과잉일 수 있다. 총선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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