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2023 서울동물영화제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

2023. 10. 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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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서울동물영화제’가 돌아왔다. ‘2023년 서울동물영화제’는 10월19(목)~23(월) 닷새 동안 열리며, 21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51편이 상영된다. 상영작은 ‘메가박스 홍대’와 온라인 상영관 ‘퍼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서울동물영화제 누리집)

올해로 여섯 해를 맞이하는 ‘2023 서울동물영화제’는 그간 전 세계에서 제작한 ‘동물권’ 이슈와 ‘비인간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하는 영화들을 소개해 왔다. 올해는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Where the animals ar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자본 중심의 개발, 야생동물 거래, 육식 위주의 식단, 인간 중심적 사회는 환경과 동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전대미문의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위기를 성찰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계속해서 동물들을 죽음과 난민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동물들은 파괴된 서식지에 숨어 있다가 인간이 오지 않는 밤에 집을 되찾는 것을 꿈꾸고, 열악한 동물원과 번식장을 탈출해 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감행한다. 해수가 들어오지 않는 갯벌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묻는다. ‘동물들의 집은, 동물들이 있어야 할 곳은, 동물들의 장소는 어디냐’고. 인간은 집을 잃고 떠돌고 탈출하고 난민이 된 동물들에게 포획과 죽음 외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느냐고. 영화제 슬로건인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가 탄생한 배경이다.
개막작은 우크라이나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니카를 찾아서>다. 니카는 감독의 반려견 이름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수도 키이우가 포화로 휩싸이자 피난길에 올랐다 겁에 질린 니카가 차를 뛰쳐나가면서 헤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를 탈환한 뒤 니카를 찾아 키이우에 들어간 감독은 전쟁의 폐허에 남겨진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가들을 만난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이자 예외 상태에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책임을 무겁게 보여 준다.
‘비전과 풍경’ 섹션에서는 최근 제작된 동물과 동물권 관련 신작 9편을 준비했다. 공장식 축산과 번식장에 대한 비판, 개식용 반대, 동물 구조, 생태 위기, 반려동물 돌봄, 인간과 비인간동물 간 관계 등을 다룬다. 상영작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참나무 숲 동물들>, <피아페>, <라우디 걸>, <수라>, <착취의 종말>, <인간의 마음>, <여섯 달>,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영화를 상영하고 포럼을 진행하는 ‘SAFF 쟁점’ 섹션의 올해 주제는 ‘교차하는 타자성: 동물의 위치’다. 장애인으로서 동물 실험으로 만든 약과 치료를 거부했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의사 연합과 제약 회사를 상대로 싸운 정치인이자 운동가 도나 스프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도나 스프링-용감한 여정>, 유기되고 학대당한 고양이들을 돌보는 노숙자와 그들을 보살피는 활동가를 기록한 <타마강의 고양이와 사람들>을 비롯해, 동물 촬영에 관한 고민을 담은 <곰>, 교감과 상호작용의 위계적인 작동 방식을 고민하는 <적응>, 공장식 축산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잡식 가족의 딜레마>가 상영된다.
폐막작은 우리나라 감독들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그만먹개(犬) 캠페인 2023>이다. 개들이 삶을 가진 존재고, 그 삶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섯 편의 연작을 모았다. 영화에는 스무 살 남짓한 반려견 ‘대문이’, 가파도에 홀로 묶였다 구조된 백구 ‘파도’, 뜬장에서 자라다 개장수 트럭에 실려 팔려가는 길에 처음 세상을 구경하는 강아지, 누군가 잘 키워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려진 ‘솜이’, 개를 싫어했던 노모와 둘도 없는 짝꿍이 된 ‘점순이’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SAFF 단편 경쟁’ 섹션과 ‘SAFF 포커스’ 섹션, ‘특별전 1, 2’ 등으로 묶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담은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자세한 소식은 서울동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와 서울동물영화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서울동물영화제 누리집]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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