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弗 실탄' 亞 PE 120곳 "K방산·엔터 IR 해달라" 러브콜
PT 참여기업 가치 100억달러 달해
亞 최대···1대1 투자미팅만 600건
음원 IP관리·특수장비차량 제조 등
국내기업 6곳·토종 PEF 7곳 참여
해외자본, 韓 사모펀드에 관심 쑥
IR 요청부터 상담 등 문의 쏟아져
“K컬처와 K팝에 대한 인기가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이관훈 프랙시스캐피털 대표)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글로벌 M&A 시장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프라이빗에쿼티(PE)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경영권 매각을 고려할 단계가 아님에도 투자를 위한 미팅과 각종 문의가 쏟아졌다.
◇K기업 뜨거운 인기 현지에서 IR 요청 쇄도=글로벌 M&A 자문사 BDA파트너스의 주최로 11~12일 싱가포르 콘래드 센테니얼 호텔에서 열린 PE 콘퍼런스에는 PE 120여 곳의 관계자들과 기업설명회(IR)를 위해 참석한 40여 개 기업이 한데 모여 성황을 이뤘다. 참여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0여 개 이상 늘었다. 참석한 PE들의 미사용 자금(드라이파우더) 합계는 500억 달러(약 67조 원) 이상, 프레젠테이션 기업들의 총기업가치도 10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에 달했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 기업들이었다. 국내 업체는 비욘드뮤직과 리텍·구구스 등 6곳, 이들 기업을 인수한 프랙시스캐피탈·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톤브릿지캐피탈을 포함해 총 7곳의 토종 PEF 운용사가 참석했다.
현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IR을 요청해 참석하게 됐다. 행사 두 번째 날인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대1 미팅이 진행됐는데 피투자 기업과 동석한 PE들이 싱가포르에서 다른 외부 일정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미팅 약속이 줄을 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승윤 스톤브릿지캐피털 대표는 “20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면서 미팅룸에서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약속이 몰렸다”며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 기업들이 다른 국가 업체들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이 총 3000억 원을 투자한 비욘드뮤직은 음원 지식재산권(IP) 전문 투자·관리 기업이다. 가수 이승철과 성시경·아이유 등 총 2만 7000곡 이상의 국내 최대 음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K팝 인기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음원 IP를 활용하는 비지니스 모델에 관심을 보인 해외 투자가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리텍(옛 이텍산업)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2020년 말 약 2000억 원에 인수한 국내 최대 특수 장비 차량 전문 제조 업체다. 특히 제설, 활주로 청소, 방공레이더탑재, 병력 수송 등 다양한 비전투 군수 지원 특장차를 생산하고 있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투용 군수 기업은 보안상 해외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리텍은 지원 장비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가들과의 만남이 자유로웠다. 동남아 소재의 비행장 다수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중고 명품 거래 업체인 구구스의 경우 인도네시아 투자가들의 적극적인 IR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아주IB투자 컨소시엄이 2021년 말 1450억 원에 인수를 완료했다. 인도네시아 명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자국 투자가들이 구구스와의 미팅에 몰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 콘퍼런스 참석자는 “구구스와 미팅한 곳은 해외 패션 플랫폼 기업 투자를 검토했거나 실제 인수 이후 경영하고 있는 PEF 운용사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사실상 실수요자들을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 韓 중형 PE 수요도 넘쳐=콘퍼런스에서는 국내 PE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행사에 참석한 국내 PE 관계자들은 국내 PE와 피투자 기업에 대한 글로벌 M&A 시장의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상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현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국 시장이 닫히자 자산 배분 차원 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무한책임투자자(GP)를 찾으려는 해외 자본 수요가 확실히 있었다”며 “해외 GP나 돈을 대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들의 돈이 들어가 있거나 경쟁자인 대형사보다는 개별 시장을 잘 알고 있는 중형 GP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BDA 콘퍼런스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아시아 최고 행사로 손꼽힌다. 폴 디자코모 BDA파트너스 글로벌PE 부문 대표는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서 “올해로 5회째를 맞는 PE 콘퍼런스는 PE 투자자와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행사로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다양한 PEF 운용사를 만날 수 있다는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며 “PE 콘퍼런스는 M&A 시장 관계자들이 장기간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틀 동안 BDA파트너스의 중재로 PE 관계자들과 기업 간 1대1 형식으로 이뤄지는 약 45분의 미팅이 600건 넘게 이뤄졌다. 단순 계산하면 참여 기업 1곳당 약 15개 이상의 PE를 만난 셈이다. 떠오르는 시장인 인도에서 13개의 회사가 참석했지만 중국 회사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얼어붙은 중국 M&A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줬다.
싱가포르=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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